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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Apr 28. 2021

좋은 글 쓰는 법, 마지막 문장 다듬기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배우다

글을 쓰다 보면 가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나 고민할 때가 있어요. 서론과 본론이 정갈해도 결론에서 어긋나면 글이 개운하지 않아요. 메인 메뉴는 맛있지만 후식이 아쉬운 코스요리처럼요.


저는 글을 다 쓰면 다시 한번 쭉 읽어요. 어색한 곳이 눈에 들어와요. 한 땀 한 땀 고쳐 나가며 마지막까지 가요. 그렇게 마지막 문단에 닿으면 점점 아득해져요. 끝 문장이 가장 고치기 어렵거든요.


'마무리가 좀 이상한데, 어떻게 맺음말을 써야 하지?'하고 갈등해요. 이만큼 했으면 됐다는 만족과 조금만 더 시간을 들이자는 욕심이 부딪혀요. 첫 문장 쓰기도 어렵지만 끝 문장 쓰기도 까다롭긴 마찬가지예요. 힘들 땐 앞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겠죠? (^^)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를 펼쳤어요.




《나는 말하듯이 쓴다》는 글을 어떻게 마무리하면 좋은지 알려주는 훌륭한 책이에요. 대놓고 결론 쓰는 법을 설명한 부분있고. 꼭지마다 저자가 어떻게 글을 갈무리하는지 유심히 지켜봤어요. 결론을 읽으며 무릎을 치고 함박웃음을 짓는 순간도 있었어요. 글쓰기 달인의 마무리 기술을 제 마음대로 요약해봅니다.


1. 여운을 남긴다.


어색하지 않으면서 여운이 남는 마무리는 언제나 좋아요. 독자를 생각하게 만든다면 최고예요. 독자는 똑똑합니다. 독자에게 생각의 틈을 주는 게 좋아요.


독자를 배려한답시고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책은 독자가 집어 들고 펼쳐야 의미를 가져요. 독자가 글 속에 발을 담그도록 하는 게 먼저입니다.


2. 요점을 정리한다.


주장을 담은 글과 정보를 실은 글일 경우 마지막에 되풀이하면 좋아요. 했던 말을 차례대로 요약하고 다시 강조하는 방법이에요.


글쓴이가 정리해준 덕분에 독자는 내용을 간추리고 머릿속에 담아요. 강원국 작가는 첫째, 둘째, 셋째 숫자를 세면서 정리하는 걸 선호해요. 글쓴이와 읽는 이 모두 알기 쉽습니다.


3. 물음표로 끝낸다.


독자에게 생각의 기회를 강하게 부여하는 방법이에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 의견에 대해 당신은 어떻게 판단하시나요. 제 말에 동의하시나요?"라고 물어보는 식입니다.


앞서 독자를 생각하게 만드는 게 최고라고 했어요. 물음으로 끝내는 글은 읽는 이를 곧바로 글 속으로 끌어들여요. 자주 쓰면 곤란하겠지만 그만큼 효과적인 끝내기입니다.


4.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연결한다.


제가 가장 배우고 싶은 방식이에요. 첫 문장에서 다룬 내용을 마지막과 연결하는 방법인데요. 글의 처음과 끝이 이어지기 때문에 구조가 탄탄해져요. 처음부터 글의 짜임새를 고민한 느낌도 줄 수 있어요.


저는 책에서 처음과 마지막이 하나가 된 결말을 볼 때마다 기뻤어요. 이런 글을 쓰고 싶기 때문인데요. 대표적인 두 꼭지의 처음과 끝을 아래에 덧붙입니다.


첫 문장 : 회사 다닐 적 엄한 상사가 있었다. 그가 내게 이렇게 주문했다. "당신은 내 문제점만 지적해줘. 잘한다는 얘기는 할 필요 없어.

끝 문장 : 상사가 내게 비판해달라 했을 때 내게는 이런 능력들이 부족했다. "너를 만나면 기분이 나쁘다."라는 말을 들은 후 직장을 떠나야 했다.
                                          
첫 문장 : 초등학교 때 지방 신문사가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 나갔다. <즐거운 우리 집>이란 글을 써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끝 문장 : 방송을 거듭하면서 내게 유머 감각이 있다는 걸 알았다. 사람들이 나보고 웃기단다. 나는 이래저래 창의적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강원국 작가가 말한 것처럼 글쓰기는 첫 문장과 끝 문장을 단단하게 잇는 작업이에요. 저자는 이야기해요. "좋은 첫 문장은 책을 집어 들게 하고, 좋은 끝 문장은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글을 자꾸 읽고 싶게 만들려면 끝 문장을 다듬어야 합니다. 하지만 욕심을 낸 나머지 끝낼 듯 끝내지 않는 것을 조심해야 하죠.


글을 쓸 때마다 끝 문장에 메일 필요는 없어요. 어떨 때는 첫 문장만으로도 멋진 글을 쓸 수 있고, 본론의 핵심 문장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완벽한 글이 없듯이 완벽한 글쓰기 기술은 없어요. 끝 문장이 좋으면 글의 완성도가 올라갑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 편의 글을 쓰려는 용기와 끈기를 잃지 않는 거예요.




요즘 동료와 이야기를 나눈 뒤 1초만 더 상대방을 바라보려고 애써요. 스치는 잡담, 무거운 회의, 하기 싫은 일을 지시받을 때를 가리지 않고 상대에게 끝까지 집중하려고 해요.


상대가 저와 대화를 마친 뒤 개운한 느낌을 받으면 좋겠어요. 기분 좋은 끝 문장은 대화를 마치고 상대를 1초 더 바라보는 것과 같아요. 상대를 바라보듯 글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어요. 그럼 다시 제 글을 읽고 싶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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