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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May 25. 2021

좋은 글 쓰는 법, 독자를 바라보기

어제는 유난히 업무 메일을 보낼 일이 많았다. 별생각 없이 메일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문제 발생 시 원인 분석 및 개선안 도출 필요”


메일을 쓰다가 새삼스레 깨달았다.


문장의 70% 이상이 한자말이구나. 게다가 조사를 빼고 단어만 다닥다닥 붙여서 쓰는구나.’


이오덕 선생의 《바른말 바른글》을 읽어서일까. 한자말이 가득한 문장에 한동안 눈이 갔다. 회사 비용을 줄이고 이윤을 늘려야 하는 조직이. 짧고 효율적인 글을 선호한다.


메일을 쓰면서 어색함을 느꼈다.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분석한 뒤 개선안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고쳐 써봤다. 한자말을 줄이고 조사를 넣었더니 읽기 편했다. 하지만 회사와 어울리지 않는 문장이었다. 다시 원래대로 수정했다.


회사에서는 회사 언어를 써야 한다. 내 메일을 읽을 사람은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다. 그들은 같은 회사에서 같은 용어로 소통한다. 메일을 쓸 때는 동료에게 익숙한 언어를 써야 한다. 글을 잘 쓰는 것보다 상대가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정보 전달과 공유가 메일을 쓰는 목적이다.


피식하고 웃음이 났다. 날마다 사용하는 회사 언어를 낯설게 느낀 게 대견했다. 읽기 쉽게 고친 글을 다시 회사 언어로 바꾼 것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래, 회사에서는 회사 언어를 써야지.'



                                               

읽는 사람을 배려하는 글은 좋은 글이다. 독자를 생각한 글은 쉽게 읽힌다. 돈가스를 좋아하는 상대에게 잘 보이려면 저녁에 돈가스를 먹자고 제안해야 한다. 호랑이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점수를 따려면 동물원에 가자고 해야 한다.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쓰는  어렵다. 그냥 글 쓰는 것도 어려운데 남까지 고려해야 하다니.


하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상대를 배려하며 살고 있다. 자세한 정황을 궁금해하는 친구에게는 하나부터 열까지 상세히 말하고 결론만 듣고 싶어 하는 상사에게는 결과만 짧게 보고한다. 상대와 상황에 맞춰 고무줄처럼 말을 늘였다가 줄인다.




나는 중학생 때 사귄 친구를 만나면 그때 유행했던 우리만의 용어를 쓴다.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게 된다. 대학 동기를 만나면 대학 다닐 때 주로 썼던 말투로 대화한다. 친구와 교감했던 순간을 몸이 기억한다. 오랜 시간 부대끼며 함께 만든 우리의 언어를 쓰면서 과거를 추억한다.


독자를 바라보는 글쓰기는 어렵지 않다. 상대를 생각하는 기술은 이미 우리 몸에 저장돼 있다. 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며 자연스럽게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웠다. 


초등학생에게는 초등학생이 이해할 수 있게 말하고, 전문가에게는 전문용어를 섞어서 말하면 된다. 상대에 맞춰 말하듯이 상대에 맞춰 글을 쓰면 된다.


독자가 누구인가.

독자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은 무엇인가.


이것만 확실하게 알면 글쓰기가 한결 쉬워진다.


반대로 말해 독자가 뚜렷하지 않으면 글이 모호해진다. 많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글은 많은 사람에게 읽히지 않는다. 소수를 대상으로 한 글이 힘이 세다. 글쓰기의 모순이다.



회사에서는 회사 말을 쓰고

친구에게는 우리끼리 통하는 이야기를 한다.

집에 와서는 가족이 알만한 말을 한다.


상사에게는 상사가 좋아하는 말을 하듯이, 친구에게는 친구가 좋아하는 말을 하듯이 글을 쓰면 어떨까. 평소에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의식하는 것처럼 독자를 떠올리며 글을 써보자.



‘이 글은 내게 이야기하는 것이구나.’


독자는 금방 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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