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글을 쓰고 싶은 날입니다.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잠시 생각에 잠깁니다. 스마트폰 메모장을 엽니다. 엄지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글감을 바라봅니다.
500자 정도 쓰다 만 글이 보입니다. '오호라, 미리 써둔 글이 있네. 조금만 더 다듬으면 금방 한 편의 글이 되겠는걸'하고 히죽거립니다. 그런데 이어서 쓰려고 해도 이상하게 잘 써지지 않습니다.
지난해 이동국 선수가 은퇴했을 때, 프로게이머 은퇴 시기에 대한 글을 쓰려고 했습니다. 생각만 하고 미루다가 결국 쓰지 않았지만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뭐라도 썼으면 이동국 선수의 은퇴를 소재로 삼아 꽤 괜찮은 글을 썼을 텐데 못내 아쉽습니다. 다른 선수의 은퇴를 기다리며(!) 향후를 기약합니다.
글을 쓸 때는 타이밍이 중요합니다. 블로그, 브런치에 생활글을 올리며 깨달았습니다. 글은 쓰고 싶을 때 가장 잘 써진다는 것을요.
평소에 딴짓하고 있는데 갑자기 글감이 생각날 때가 있습니다. 글감이 떠올랐다면 바로 글을 써야 합니다. 그 순간에는 쓰고 싶은 글이 며칠만 지나면 쓰고 싶지 않은 글로 바뀝니다. 글을 쓰고 싶은 열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를 놓치지 마세요.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는 집중해서 두 달 안에 쓰는 걸 추천합니다. 책을 출간하려는 열망이 가득할 때 모든 기운을 모아서 초고에 쏟아부어야 합니다.
일주일에 한 꼭지씩, 열 달에 걸쳐 초고를 쓸 수도 있습니다. 일주일에 3,000자씩 꾸준히 쓴다면 물론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풀어져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겁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쓰려는 의지는 점점 약해집니다. 초고 쓸 때만큼은 책 쓰기에 전념해야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데 가장 좋은 타이밍은 언제일까요?
맞습니다. 바로 지금입니다. 오늘 생각하고 겪은 일을 곧장 글로 옮기는 게 최고입니다. 늦어도 일주일이 지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합니다. 글감의 파편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때 글을 쓰십시오. 시간이 지나도 언제든지 쓸 수 있는 글감이라면 메모장에 고이 모셔두고, 오늘이 아니면 쓰지 못할 것을 먼저 쓰세요.
초등학생 시절 방학 숙제 중에 가장 힘들었던 건 밀린 일기 쓰기였습니다. 한 달 전 날씨와 있었던 일을 어떻게 제대로 기억하겠습니까. 날씨 란에 맑음, 흐림, 비를 번갈아 쓰며 글을 지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한 달 치 일기를 몰아 쓰며 진땀을 흘리던 기억이 납니다.
쓰고 싶은 글에는 제약이 없습니다. 방학 일기처럼 날마다 글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루 건너 써도 되고, 짧게 써도 됩니다. 쓰고 싶을 때 쓰면 그만입니다.
단, 글을 쓰고 싶을 때는 꼭 쓰는 걸 권합니다. 오늘까지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리는 신용카드 포인트처럼, 지금 사용하지 않으면 날아가는 게 '쓰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하세요.
'쓰고 싶다'라는 작은 마음이 일었을 때 아무 글이나 쓰는 게 글쓰기의 첫걸음입니다.
진짜 아무거나 써도 괜찮냐고요? 괜찮습니다. 누가 보면 어떡하냐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사람들은 생각보다 당신의 글에 관심이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생각하는 못난 글이 누군가에게는 위안이 될지도 모르고요.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하얀 바탕 위에 내려놓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글을 쓰며 느끼는 행복은 글쓰기를 재미있게 만듭니다.
글을 쓰고 싶나요? 그럼 눈을 크게 뜨고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세요. 글을 쓰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글감이 반짝거리나요? 이제 펜을 드세요. 펜은 당신을 글 속으로 안내할 준비를 이미 마쳤습니다. 오늘 하루를 기록으로 남겨보세요. 글을 쓴 뒤에는 남은 하루가 다르게 느껴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