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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 템플스테이(2)

by 메티콘

저녁 공양으로 배를 채우고 6시 30분에 저녁 예불에 참석했다. 스님들이 법고각에서 법고와 목어와 운판을 차례로 치는 광경을 지켜보았다. 법고의 우렁찬 울림이 끝날 때는 참가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법고각에서 스님들이 퇴장하자 절 마당 맞은편에 있는 범종각에 타종이 시작되었다. “더어엉…… 더어엉……” 울리는 소리를 들으며 참가자들은 보살님을 따라 대웅전으로 들어갔다. 대웅전 가운데 계신 세 부처님께 합장 인사를 드리고 방석을 받아 자리를 잡았다. 숨을 죽이고 부처님을 바라보니 가운데에 석가모니 부처님, 좌측에는 과거불인 약사여래 부처님, 그리고 우측에는 미래불인 아미타 부처님이 좌정해 있었다. 부처님들 뒤로 흐릿하게 탱화가 보였다. 대웅전은 국보라서 전등을 설치할 수 없어 촛불만 켜놓는다고 들었다. 흔들거리는 불빛에 의지해 응시하니 어슴푸레하게 그림 속에도 세 부처님이 계셨다. 스님의 독경과 목탁 소리에 맞춰 미더운 보살님을 따라 절하고 일어서기를 거듭하다 보니 어느덧 예불이 끝나가고 있었다. 신묘하고 밝은 주문인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삼세번을 끝으로 예불이 끝났다. 주문은 ‘깨달음을 얻기 위해 저편 언덕으로 가자’라는 의미라는데…. 깨달음이란 뭘까? 참가자들은 7시에 예정된 스님과의 대화를 위해 대웅전을 나와 심연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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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당의 강당 한편에는 차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있었다. 길쭉한 나무 모양 그대로의 좌식 탁자 두 개가 길이 방향으로 맞대어 있었다. 비구니 스님 한 분이 탁자 왼편에 벽을 등지고 앉아있었다. 스님 뒤에는 ‘禪茶不貳(선차불이)’라고 쓰인 족자가 걸려있었다. 화두를 들고 깨달음을 얻기 위해 수행하는 선(禪)과 향과 맛을 음미하며 마시는 차(茶)가 둘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선이라면 스님들이 눈을 감고 오랜 시간 좌정하는 모습만 떠오르고 차라면 향이 달콤하지도 않고 맛도 떨떠름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나는 차를 내리는 스님과의 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나는 어정쩡한 마음으로 스님이 차분히 차를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스님과의 대화를 위해 모인 사람들은 보살님의 안내에 따라 탁자를 따라 둘러앉았다. 모두 열세 명이었다. 스님은 참가자 한 사람씩 어떻게 템플스테이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사람들은 차례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했다. 서산에서 온 혼자만의 시간을 싶은 여자분, 용인에서 온 일 년 전부터 예약한 모녀, 대전에서 온 템플스테이가 너무 좋다는 여자분, 광명에서 온 법고와 범종 소리에 반한 초등생과 엄마 아빠, 그리고 시흥에서 한동아리 우리 6인까지. 이어서 스님이 자기소개를 했다. 법명은 초은(艸隱)이고 출가한 지는 이십 년 정도 되었단다. 스님은 수덕사에 비구니 스님이 많은 연유를 알려주었다. 만공선사가 고종의 다섯 번째 아들인 의친왕과 친분이 있어 많은 상궁들이 수덕사로 출가하게 되었다고 들려주었다. 스님은 내린 차를 참가자들에게 돌렸다. 역시나 차 맛이 떫었다. 스님은 인생이 괴로운 것은 자만과 망상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님은 발효가 더 된 차를 꺼내 내렸다. 다시 차를 참가자들에게 돌렸다. 선(禪) 수행은 그러한 것들을 단박에 깨뜨리고 지혜를 방편이라고 스님은 조곤조곤 설명했다. 두 번째로 돌린 차는 구수한 맛이었다. 스님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살라고 말했다. 현재? 내 머릿속에는 현재라는 말이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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