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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Sep 05. 2021

누가 절벽 꼭대기에 영소(靈沼)를 파놓았는데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第三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三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誰從壁頂鑿靈沼 누가 절벽 꼭대기에 영소(靈沼)를 파놓았는데 

啣蛤幾廻貢貢鳥 공공조는 몇 번이나 조개를 물어 날랐던가

拆峙山房果若然 잘려나간 봉우리가 산방산(山房山)이 되었다니 그럴 듯하여

奇觀問却知多少 기이한 경관 물으니 얼마나 많은가


영소(靈沼)

영소(靈沼)는 주나라 문왕(文王) 때 만들었다는 연못인데 여기서는 장올악(長兀岳)에 있는 연못을 일컫는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장올악(長兀岳) 한라산 중턱에 있는데 주에서 36리이다. 산 위에 못이 있다. 〔長兀嶽 在漢拏山腰 距州三十六里 嶽頭有池〕’라고 하였다.

이원조(李源祚)의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에는 ‘장오리오롬[長兀岳]은 제주성 동남쪽 45리에 있다. 무릇 네 봉우리 중 한 봉우리가 가장 높고 크다. 그 꼭대기에 용 못이 있는데, 지름이 50보쯤 되고, 깊이는 알 수 없다. 사람이 시끄럽게 떠들면 구름과 안개가 사방에서 일어나고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친다. 가물어서 기우제를 지내면 효험이 있다.’라고 적었다. 

신정일은 『신정일의 신택리지』에서 ‘장올악(長兀岳)은 수장올(水長兀), 수장올(水嶂兀), 수장올악(水長兀岳), 장올리악(長兀里岳), 수장올이(水嶂屼伊), 장우악(藏雨岳), 수장월악(水藏月岳)로도 불렸으며 물장오리오름이라고도 한다. 장올악 위에 못 있는데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창(밑)터진물이라고도 부른다. 옛날에 설문대할망(제주를 만들었다는 거대한 여신)이 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가 있다.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고 많은 비가 와도 불어나지 않는다고 한다.’라고 말했다. 

 

함합기회공공조(啣蛤幾廻貢貢鳥)

이해조(李海朝)의 『명암집(鳴巖集)』에는 공공조와 공공조가 물어 나른 조개껍데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貢鳥來銜蛤 공조는 백합을 물어 왔고 

錢龍遇爇栴 전룡을 만나면 전단향을 피우고

南山豹不隱 남산 표범 숨는 일 없고 

銀漢鵲無塡 은하수 까치 메우지 않네     

장올악 용지 가에 바다 조개 껍데기가 쌓여있다. 전하기를 바닷새가 물어다 두었는데 그 울음소리가 공공(貢貢)하니 공조(貢鳥)라 일컬었다. 마을 사람들은 뱀을 신으로 여기니 감히 죽이지 않는다. 점필재의 시에 ‘뜨락의 풀밭에서 전룡을 만나면 분향하고 기원주를 올리는 게 그 지방 풍속이고 섬에는 호랑이와 표범뿐 아니라 까치도 없다’고 했다. 〔長兀岳龍池邊 積海蛤殼 俗傳 海鳥銜置 其鳴貢貢 謂之貢鳥 村人以蛇爲神 不敢殺 佔畢齋詩 庭除草際遇錢龍 呪酒焚香是土風 島中無虎豹及鵲〕

『탐라지초본(耽羅誌草本)』에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장오리오롬〔長兀岳〕의 꼭대기에 용 못이 있고, 그 주변에 바다 조개껍질이 쌓여 있는데, 민간에서 전하기를, “바다 물새가 물어다가 둔 것이다. 그 새는 ‘공공(貢貢)’하고 울기 때문에 공조(貢鳥)라고 한다.”라고 하였다. 

   

산방(山房)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산방산(山房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산방산(山房山) 현 동쪽 10리에 있는데 둘레가 9리이다. 세속에서 말하기를, “한라산의 한 봉우리가 쓰러져서 여기에 서 있다.”〔俗云漢拏山之一峯頹而峙于此〕라고 한다. 그 남쪽 비탈에 큰 돌구멍이 있는데 물이 돌 위로부터 방울방울 떨어져서 샘이 되었다. 어떤 중이 굴 가운데에 집을 짓고 살아서 이름을 굴암(窟庵)이라 하였다. 김자상(金自詳)의 기문에 이른바 ‘돌기와가 저절로 덮어서 장맛비가 새지 못하고, 돌자리가 저절로 깔리어 들불이 태우지 못하고, 돌벽이 저절로 서서 미친 바람이 흔들지 못하고, 돌우물이 저절로 솟아서 고인 물이 더럽히지 못한다’고 하였다.

산방산에 유래에 대한 전설이 있다. 한라산의 봉우리가 떨어져 나와 내려 앉아 산방산이 되다는 이야기인데 두 가지가 전한다.

하나는 사냥꾼과 옥황상제의 이야기이다.

‘옛날에 힘이 유독 세고 활을 잘 쏘는 사냥꾼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냥꾼이 아무리 봐도 짐승은커녕 새 한 마리도 없었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데, 새 한 마리가 머리 위로 날아가 건너편의 바위에 앉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재빨리 활시위를 당겼는데, 새는 맞지 않고 조금 옆에 떨어진 바위로 푸드득 하고 날아가 앉는 것이었다. 사냥꾼이 다시 한 번 활을 당겼는데도 맞지 않았다. 화가 치민 사냥꾼이 세 번째 활시위를 당겼는데, 그 화살이 새를 놓치고 날아가 낮잠에 빠져 있는 옥황상제의 배를 맞혔다. 화가 잔뜩 난 옥황상제가 벌떡 일어나면서 사냥꾼이 서 있는 한라산 정상을 발로 걷어차고 말았다. 그 바람에 한라산 정상 부분이 잘려나가 산방산이 되었고, 한라산 정상은 움푹 파인 후 백록담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설문대할망의 이야기이다.

‘남제주군 대정읍 모슬포 해변에 불쑥 솟아오른 산방산은 설문대할망이 빨래를 하다가 빨랫방망이를 잘못 놀려 한라산의 봉우리를 치는 바람에 그 봉우리가 잘려 떨어져 나온 흔적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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