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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Sep 19. 2021

돛단배가 천풍을 가득 받으니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十九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十九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孤帆却被天風好 돛단배가 천풍을 가득 받으니

驀地飛經火脫島 날듯이 화탈도를 지났네

暫試靑蛇掣海雲 잠시 푸른 뱀이 바다 구름을 끌어오니

蜃樓蛟室紛顚倒 신루와 교실이 어지러이 뒤엉켰네


천풍(天風)

천풍(天風)은 하늘 높이 부는 바람인데 여기서는 신선(神仙)의 바람을 의미한다.

최부의 스승인 김종직이 지은 「두류산을 유람하고 기행시를 쓰다〔遊頭流紀行〕」(『점필재집(佔畢齋集)』)의 ‘의론대(議論臺)’ 편에 천풍(天風)과 신선(神仙)을 노래하고 있다.  

   

兩箇胡僧衲半肩 승복을 어깨에 걸친 두 명의 호승이

巖間指點小林禪 바위 사이서 소림의 선을 가리켜 말하네 

斜陽獨立三盤石 저녁 볕 아래 홀로 삼반석에 서 있노라니

滿袖天風我欲仙 소매 가득 하늘바람에 신선이 되는 듯하구나 

    

『신증동국여지승람』 「한성부(漢城府)」에는 명나라 사신 호부낭중(戶部郞中) 기순(祁順)이 지은 시에 ‘하늘 바람이 옷깃을 스치는데, 황홀하게 나는 신선 세계에 오르는 듯 〔天風兮吹衣 恍吾登兮仙都〕’이라 하였다.

또 최부와 동시대에 벼슬을 한 만보당(晩保堂) 김수동(金壽童)(1457년(세조 3)~1512년(중종 7))의 시(詩)가 실려 있는데, ‘신령스러운 자라 부르고 푸른 용 불러서, 흥(興)을 타고 신선 나라 바로 찾으려니, 천풍(天風)이 나를 끼고 소요(逍遙)하며 노네. 인간 세상 내려다보니 몇 겹의 티끌로 막혔으니, 소상강ㆍ동정호 좋다한들 이 경치 비길쏘냐. 소동파[蘇仙]의 적벽(赤壁)놀이 말할 것은 무엇인가. 〔招靈鼉兮控蒼螭 乘興直欲尋仙源 天風挾我逍遙遊 下視人寰不知隔幾里之塵喧 瀟湘洞庭不足以擬其形勝兮 蘇仙赤壁之遊何曾論〕’라는 구절이 있다. 

   

화탈도(火脫島)

화탈도(火脫島)는 추자도와 제주 사이에 있으며 난류(亂流)로 인해 ‘화급(火急)히 벗어나야〔脫〕하는 섬’을 의미하며 관탈섬〔冠脫島〕이라고 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대화탈도(大火脫島) 추자도 남쪽에 있는데 돌봉우리가 삐쭉삐쭉하고 그 꼭대기에 샘이 있다. 수목은 없고 풀이 있는데 부드럽고 질겨 기구를 만들 만하다. 소화탈도(小火脫島) 추자도 서남쪽에 있는데 석벽이 깎은 듯이 서 있고, 양 섬 사이로 두 물이 합쳐서 흘러 파도가 높고 급하므로 배가 많이 표류하고 침몰되니, 왕래하는 사람들이 매우 괴롭게 여긴다.   

  

청사(靑蛇)

청사(靑蛇)는 용과 비슷한 신사(神蛇)이다. 청사(靑蛇)와 비슷한 신사(神蛇)로 등사(騰蛇)가 있는데 구름과 안개를 일으켜 몸을 감추고 난다는 신령한 동물을 의미한다.   

  

신루(蜃樓)

신루(蜃樓)는 신기루(蜃氣樓)를 말한다. 조선 중기의 문신인 장유(張維, 1587~1638)의 『계곡집(谿谷集)』 「신루기(蜃樓記)」에는 신루(蜃樓)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신루(蜃樓)는 깊은 바다 가운데에 존재한다. 그런데 그 건축 구조가 하도 심오하고 그 솜씨가 신비롭기만 하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자세히 알 수가 없고, 정처 없이 떠다니는가 하면 금방 보였다가 사라지곤 하기 때문에 어디에 있는지 지목할 수가 없고, 바라보면 분명히 있다가도 건듯 없어져 버리기 때문에 그 거리를 정확히 잴 수가 없다. 《열자(列子)》라는 책에 이르기를, “신산(神山)이 발해(浡海) 가운데에 있는데, 그 위의 대관(臺觀)은 모두 금옥(金玉)으로 되어 있으며, 선성(仙聖)의 종족이 거기에서 살고 있다. 그런데 그 산은 밑에 뿌리박은 것이 없이 항상 물결치는 대로 갔다 왔다 한다.” 하였다. 그런데 그 뒤에 진시황(秦始皇)이 신선(神仙)을 좋아하였는데, 방사(方士)인 노오(盧敖)와 서불(徐市) 등이 모두 ‘바다 가운데에 신선이 사는 곳이 있는데 인간 세상과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자, 진시황(秦始皇)이 그 말을 듣고 기뻐하여 동쪽으로 해상(海上)을 순행(巡行)하다가 그 신산을 본 것처럼 느낀 적도 있었다. 《열자(列子)》에 기록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모두가 사실은 이 신루(蜃樓)를 가리키고 있다 할 것인데 그 제작 규모가 어떠하고 거리는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그 상세한 내용을 제서(諸書)는 기재해 놓지 못하고 있다.

     

교실(蛟室)

교실(蛟室)은 교인지실(鮫人之室)의 준말로 교인(鮫人) 즉 인어(人魚)가 산다고 하는 물속의 궁전을 말한다. 『매월당집(梅月堂集)』에는 김시습(金時習, 1435년(세종 17)~1493년(성종 24))이 교실(鮫室)에 대해 묘사한 시(詩)가 있다. 

    

世人徒見五岳雄 세상 사람 모두 오악의 웅장함이

巍峨嶻嶪方輿中 아득히 높고 높은 땅에 있음만 보고

不知海底有高峯 바다 밑 높은 봉우리

嶚嶛嵌巖沈空濛 높고 깊은 바위 가라앉은 건 알지 못하네

洞壑窊�石竇深 골짝 우묵한 동굴 깊으니

中有壯麗鮫人宮 중간에 웅장하고 아름다운 교인궁 있구나

螺貝蠙珠相陸離 소라 조개 진주 구슬 육지와 나눠 있으니

眩目不辨靑與紅 번쩍거려 붉은지 푸른지도 구분치 못하네

珊瑚交柯蔭階庭 산호 빗긴 가지 뜰 안에 드리우고

琅玕碧實垂簷欞 낭간 푸른 열매 처마에 늘어졌네

洞房幽邃戶半扃 골짝방 그윽하여 문은 반쯤 잠겼는데

但見機杼聲玲玎 다만 보이는 건 베틀이요 소리는 영롱하네

織成氷綃萬丈長 비단 짜면 빙초 만 장 길이니

裁爲玉皇白霓裳 옥황상제 흰 예상을 만들까나

霓裳裁了翦刀寒 예상 만드는 데 가위 차가웁나니

水晶簾外飛寒霜 수정발 밖 차가운 서리 나부낀다네

閑拈一幅賣人間 한 폭 집어들어 인간에게 파노니

爲掃人間煩熱忙 인간의 번뇌 열망 없애기 위해서라네

臨別彷徨泣珠去 헤어지려 머뭇머뭇 구슬 눈물 흘리니

碧海無際天茫茫  푸른 바다 끝없고 하늘은 아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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