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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Sep 22. 2021

어디선가 ‘노 젓는 소리’ 소리 들려오니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底處一聲送櫓歌 어디선가 ‘노 젓는 소리’ 들려오니

迓船來趂疾於梭 마중 나온 배는 (베틀의) 북처럼 빠르게 다가오네

蓬窓揭了問前程 봉창을 걷어 올려 앞길을 물어보니

舘在朝天影蘸波 조천관의 그림자가 파도에 잠겨 어른거린다 하네


노가(櫓歌)

노가(櫓歌)는 배를 부리는 사람이 노를 저어 가며 부르는 노래로 ‘노 젓는 소리’를 말한다.

‘노 젓는 소리’는 고기를 잡기 위해 어장으로 이동하거나 고기를 잡은 후 돌아올 때 노를 저으며 부르던 소리이다. 고기잡이에는 줄 꼬기, 닻 감기, 노 젓기, 그물 당기기, 고기 퍼 올리기 등 다양한 작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노 젓기는 가장 힘겨우며 장시간 이루어지는 노동이다. 이에 수반되는 ‘노 젓는 소리’는 어로요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며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노 젓는 소리’는 서해와 남해·동해에서 남성들의 노래로 두루 전승되어 왔으며, 특히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 동남해 및 서남해의 일부 지역에서 해녀들의 ‘노 젓는 소리’가 불리고 있다. 

과거 제주도의 해녀들은 일반적으로 테우(제주도 특유의 뗏목)를 타고 노를 저어서 물질(해녀들이 실제로 바다에 뛰어들어 소라·전복 등을 캐는 작업)할 장소로 간 다음, 바다에 뛰어들어 물질을 하고 나서는 다시 테우에 올라 노를 저으면서 돌아왔다. 바로 이처럼 바다로 나가거나 들어 오면서 노를 저을 때 부르는 민요가 해녀 노래, 곧 ‘해녀 노 젓는 소리’이다. 두 사람이 노를 잡고 저어 나가면서 선소리와 그 모방창을 해 나가면, 테우에 동승한 다른 해녀들은 태왁(물질작업을 할 때 몸을 기대는 도구, 전통적으로는 박의 속을 파낸 후 구멍을 막아 사용함)을 치면서 후렴구나 추임새를 하는 형태로 노래가 전개된다. 가사 내용은 해녀 노 젓는 노동과 관련된 내용이 상당히 많으며, 실제로 물질하는 모습, 물질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하는 절박한 생활환경, 험한 삶에 대한 인생의 허무함, 시집살이의 어려움 등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봉창(蓬窓)

봉창(蓬窓)은 배의 창문을 말한다.   

 

조천(朝天)

조천(朝天)는 제주도 조천읍 조천리에 있는 포구인 조천포를 말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제주도에 가는 바닷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모든 제주에 가는 자가 나주(羅州)에서 떠나면 무안(務安)⋅대굴포(大崛浦)⋅영암(靈巖)⋅화무지와도(火無只瓦島)⋅해남(海南)⋅오란량(於蘭梁)을 거쳐 이 섬에 이르고, 해남(海南)에서 떠나면 삼촌포(三寸浦)로 좇아 거요량(巨要梁)⋅삼내도(三內島)를 거치고, 강진(康津)에서 떠나면 군영포(軍營浦)로 좇아 고자황이노슬도(高子黃伊露瑟島)⋅삼내도를 거치는데, 모두 삼 주야라야 이 섬에 이른다. 여기를 경유하여 사서도(斜鼠島)와 대화탈도(大火脫島)ㆍ소화탈도(小火脫島)를 지나 애월포(涯月浦)와 조천관(朝天館)에 이른다.

조천관(朝天館)은 제주에서 내륙으로 떠나는 제주의 해상 관문이다. 제주의 세 고을을 경유하여 육지로 나가는 자는 모두 여기서 바람을 기다리고, 전라도를 경유하여 세 고을에 들어오는 자도 모두 이곳과 애월포(涯月浦)에 배를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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