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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Sep 24. 2021

루피 예찬론

야망이 있는 사내들이라면 해적이 되어 골 D. 로저가 숨겨 놓았다는 대비보 ‘원피스’를 차지하기 위해 혈안이 된 대해적시대! 악마의 열매인 ‘고무고무열매’를 먹고 고무 인간이 된 몽키 D. 루피는 빨간머리 샹크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다로 나간다. 밀짚모자 해적단을 결성하여 조로, 상디, 나미, 우솝, 쵸파, 로빈, 프랑키, 브룩과 함께 모험에 나선다.

루피는 오다 에이이치로의 장편만화 『원피스』의 주인공이다. 나 스스로를 『원피스』 덕후라고 부르기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루피에 푹 빠져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루피를 보노라면 때로는 답답하고 때로는 어리석은 모습에 울화통이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그런 루피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뭘까?


첫째 꿈을 좇는 순수함이다. 루피가 바다로 나온 이유는 보물을 차지하거나 큰 힘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다. 신나게 모험을 하고 샹크스를 만나 밀짚모자를 돌려주기 위함이다. 극장판 원피스 「스탬피드」편에서 루피는 대비보 ‘원피스’가 있다고 알려진 ‘라프텔’로 가는 영구지침을 획득한다. 하지만 루피는 미련 없이 영구지침을 부숴버린다. 라프텔로 곧바로 인도하는 영구지침은 모험을 즐기려는 자신의 꿈을 재미없게 만들어 버리는 방해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저돌성이다. 루피에게 상대가 강하고 약한지는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정의롭지 못한 상대는 루피와 한판 대결을 피할 수 없다. 루피는 상대의 힘에 밀려 죽음에 이를 지경에 이를지라도 결코 포기란 없다. 결국 상대는 루피의 저돌성에 밀려 무릎을 꿇고 만다. 칠무해인 크로커다일, 겟코 모리아,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그렇게 날려 버린다.


셋째 피보다 더 진한 동료애다. 루피에게는 어려서 형제처럼 지냈던 동료가 둘 있었다. 사보와 에이스. 루피는 그 둘을 잃는다. 사보는 바다에 나갔다가 천룡인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에이스는 검은수염과의 대결에서 패해 해군에 넘겨져 루피 대신 해군대장 사카스키의 주먹에 죽는다. 그런 루피에게 동료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하는 존재이다. 악당에게 잡혀간 동료는 반드시 되찾았다. 어인해적단에 붙잡힌 나미를 구출했고, CP9에게 끌려간 로빈을 살려냈으며, 제르마66으로 떠난 상디를 복귀시켰다.


어떻게 보면 내가 느끼는 루피의 매력은 나에게서는 더 이상 찾기 어려운 덕목이기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더 목말라 한 주 한 주 『원피스』가 발행되기만을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그런 루피를 바라며 오다의 밥 먹는 듯한 휴재와 질질 늘여 빼는 전개에도 불구하고 십여 년 덕후 아닌 덕후로 남는 이유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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