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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Sep 25. 2021

가죽띠를 매고 짚신 신고 갈포옷을 입네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八絶

탐라시삼십오절(耽羅詩三十五絶) 第二十八絶     


최부(崔溥) 지음, 고광문 역주(譯註)


革帶芒鞋葛織衣 가죽띠를 매고 짚신 신고 갈포옷을 입네

石田茅屋矮紫扉 돌밭에 초가집의 사립문은 나지막하네

負甁村婦汲泉去 허벅 진 촌 아낙네 물 길러 샘으로 가고

橫笛堤兒牧馬歸 젓대 불며 둑에 있던 아이 말을 몰아 돌아오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제주의 풍속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남녀가 짚신〔草屨〕 신기를 좋아하고 방아가 없으며, 오직 여자가 손으로 나무 절구에 찧는다. 등에 나무통을 짊어지고 다니고 머리에 이는 자가 없다. 잘사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남자나 여자나 관원을 길에서 만나면 달아나 숨고 남자는 길 옆에 엎드린다.

돌을 모아서 담을 쌓았다. 『동문감(東文鑑)』에, “그 땅에 돌이 많고 건조하여 본래 논은 없고 오직 보리⋅콩⋅조만이 생산된다. 그 밭이 예전에는 경계의 둑이 없어서 강하고 사나운 집에서 날마다 차츰차츰 먹어 들어가므로 백성들이 괴롭게 여겼다. 김구(金坵)가 판관이 되었을 때 백성의 고충을 물어서 돌을 모아 담을 쌓아 경계를 만드니, 백성들이 편리하게 여겼다.” 하였다.

『신정일의 신택리지』에서는 과거 제주 사람들이 입던 옷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제주도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 모두 작업복을 풋감 물로 염색한 주황색 무명옷을 입었다. 옷감을 빳빳하게 풀 먹일 필요도 없고, 일을 하다가 먼지가 묻으면 입은 채로 목욕을 했다. ‘고무’ 옷처럼 물도 곧 빠지고 묻은 먼지도 빠져 가장 경제적인 옷이 바로 감물 옷이었다.

제주도의 중⋅산간지대에 사는 사람들은 털옷 두루마기와 개가죽 벙거지(모자)에 털가죽 행전과 가죽신을 신고서 겨울철을 지낸다. 그것은 제주도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몽고의 풍습이다. 따뜻한 바닷가와 달리 한라산 부근은 한대지방과 같아 옷을 이렇게 입지 않으면 겨울철을 나기가 곤란하고 무엇보다 노숙산행(路宿山行)에 편리하기 때문이다.

     

부병촌부(負甁村婦)

부병촌부(負甁村婦)는 ‘항아리를 짊어진 시골 아낙’이란 말인데 여기서 물항아리는 ‘허벅’을 의미한다.

허벅은 제주에서 부녀자들이 물 길을 때 사용하는 항아리의 일종이다. 허벅은 모양과 크기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다. 크기에 따라서는 성인 남자라야 짊어질 수 있는 바릇허벅, 15~16세 소녀가 사용한 대배기, 어린아이용인 애기대배기가 있다. 또 부리의 높고 낮음, 넓고 좁음에 따라 기능이 달랐으며 부르는 이름도 등덜리, 방춘이, 능생이 등으로 다양하다. 굽는 온도에 따라서도 노란빛을 띠는 노랑굴허벅과 검은빛을 띠는 검은굴허벅으로 나뉜다.

허벅은 장구가 없을 시 장구 대용으로 장단을 맞추는 악기로 사용하기도 했다. 속이 빈 허벅을 바닥에 놓고 왼손바닥으로 허벅의 입구를 치고 오른손에는 막대기를 쥐고 허벅의 어깨를 친다. 왼손으로 입을 두드리면 허벅 속의 공기가 진동하여 풍부한 음량의 저음이 나고, 오른손의 채로 치면 날카롭고 높은 소리가 난다. 왼손은 장구의 북편에, 오른손은 채편에 맞는다.

     

목마(牧馬)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말〔馬〕을 제주의 토산(土産)을 들고 있으며 목축(牧畜)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원 나라 지원(至元) 시대에 탐라를 방성(房星) 분야(分野)라 하여 목장을 두고 단사관(斷事官)이나 만호(萬戶)를 두어 목축을 주관하였다. 정이오(鄭以吾)의 기(記)에, “말이 생육되는 것이 진(晉) 나라의 굴산(屈産)과 같아서 여러 고을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하였다. 목장이 4군데인데, 정의(旌義)와 대정(大靜)도 같다. 소 검정소⋅누런소⋅얼룩소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뿔이 매우 아름다워 술잔을 만들 만하다. 집집마다 목축하여 수백 마리로 떼를 이룬다.

진(晉) 나라의 굴산(屈産)은 말〔馬〕로 유명한 지역이다. 『좌전(左傳)』과 『곡량전(穀梁傳)』 주에는, 굴(屈)은 고을 이름이요, 산(産)은 말을 산출하는 것이라 하였고, 『공양전(公羊傳)』 주에는 굴산(屈産)은 땅 이름인데 명마를 산출하는 땅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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