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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티콘 Oct 18. 2021

중국으로 떠나는 Y에게.


내일이면 출국하는 날이네. 주말에 중국으로 떠나는 Y를 생각하니 떠오르는 글이 있어 옮겨 적어서 보내네.

2년 만에 가족을 보게 된다니 당연히 어서 가라고 환송해야겠지. 더구나 가까운 중국 ○○○이라고 하니.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으로 오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으니 아주 머나먼 길을 떠나는 것만 같아 보내는 마음 한구석에 허전함이 깃드네.

연암(燕巖)은 명문장이라 그 심정이 고스란히 다가오지. 나는 졸필이라 다 표현하지 못하니 연암의 글을 빌려 대신하네.

출국 잘하고 중국에서 좋은 소식 있기만을 기원하네.     

     



증백영숙입기린협서(贈白永叔入麒麟峽序), 연암(燕巖) 박지원(朴趾源) 

    

영숙(永叔)은 무관(武官)의 자손이다. 그 선대(先代)에 충성으로써 나라를 위하여 죽은 분이 있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대부(士大夫)들이 이를 슬퍼한다. 그는 글씨에 능하고 옛일에 밝았다. 젊어서는 말타기와 활쏘기에 뛰어나 무과(武科)에도 올랐었다. 비록 벼슬길은 세월이 막았으나 임금께 충성하고 나라 위하여 죽으라는 뜻은 족히 그 선대의 충렬(忠烈)을 이을 만했으니, 사대부들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었다. 아, 그런 영숙이 어찌하여 그 가족을 다 끌고 예맥(獩貊)의 고을을 가는가?

일찍이 그가 나를 위하여 금천(金川) 땅 연암(燕巖) 골짜기에 살 데를 잡아 준 일이 있다. 산 깊고 길은 막혀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볼 수 없었다. 우리는 갈대숲에 나란히 말을 세우고 채찍으로 저 높은 언덕에 금을 그으며 서로 말하기를,

“저기다 울타리 치고 뽕 심으면 되겠네그려. 갈대숲에 불 놓아 밭 일구면 해마다 좁쌀 천석은 거두겠어.”

하고, 시험 삼아 부시를 쳐 바람에 불을 붙이니, 꿩은 꺽꺽거리며 놀라 날고 어린 노루는 우리 앞을 후닥닥 튀어 달아났다. 우리는 팔뚝을 휘두르며 쫓아가다가 냇물에 막혀 되돌아왔다. 그리고 서로 보고 웃으며 말했다.

“인생이라는 것이 백 년도 못 되는데, 어찌 답답하게 목석(木石)으로 주저앉아 좁쌀 지어 먹고 꿩 토기 잡아먹으면서 살겠는가?”

그러던 영숙이 이제 기린(麒麟) 골짜기로 살러 간다. 송아지 한 마리 지고 들어가 그게 크면 밭 갈겠다고 한다. 소금도 된장도 없으리니 아가위와 돌배로 장을 담가 먹겠다고 한다. 그 험하고 막히고 외지기는 연암 골짜기와 비교하여 어찌 같다 하겠는가?

돌아보매 나는 아직 기로(岐路) 앞에 망설이며 거취를 결정치 못하고 있으니, 이런 내가 감히 영숙이 가는 것을 말리겠는가? 나는 그의 뜻을 장하게 여기고 그가 살 곤궁한 삶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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