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깨진 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래로 Aug 10. 2021

오늘

오늘과 같은 하늘 아래에서 오직 하늘만을 바라본다면

하늘을 감히 아름답다 말할 수 있다 하늘은 대비되어 아름다울 수 있다

 ——

찡그린 얼굴에 부푼 볼보다야 앙상한 것이

주름진 얼굴로 말 많은 얼굴에는 노쇠한 것이

찢겨긴 얼굴 위로 웃고 있는 얼굴에는 자조적인 무표정이

모자이크들의 뭉치가 발하는 빛깔과 닮아있겠으나


예로부터 날씨가 맑은 날은 언제나 노동하는 날로서

그가 뒤돌아 구름을 바라보는 것은 허리를 핌으로써

명령 이후의 명령에 대한 걱정은 녹아내림으로써

우선, 노동과 사람은 자연으로 되는 것이겠지


예로부터 걱정은 규칙이자 규칙은 명령이지만

명령은 걱정하는 규칙이며 예외로서 규칙인 것에

구멍이 나는 것 또한 역시 규칙인 것이겠지만

아무렴 날은 날마다 날로 허리는 아파야 하겠지만


하늘이 굴에 사는 짐승의 도피처가 될 때, 하늘은

하늘을 보며 감상에 빠져드는 것은, 사람이 깰 때

깨진 것은 동시에 지금인 것이며 포식자가 없음이며

매 순간 그러한 사실을 확인하려드는 억눌린 의식이니


가끔 올려다보는 하늘은 나를 내려다보는 유리로,

세워진 빌딩이며 반사하는 거울이며 쪼개는 칼날일 테고

빛을 비추는 창문은 늘 안으로 감싸 안으며 품으로

가만히 있는 것을 거울처럼 훔치며 자기 것인 양

당당한 총천연색으로 꾸미는 하늘이겠지만

바로 보아진 것은 계급이거나 짐승이겠지만

지금 바라보고 있는 명령하는 자의 표정에서

지어진 탈출구 이 속에서 하늘은 아름답게 아름답고

아름답다 말할 수 있겠고 혹은 과연 아름다운 것이겠지만


아 그렇지만


속속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미련하고

주장의 근거는 우연과 같은 결과일 테고

가능한 다른 것은 허락된 다름이겠지만

반복을 향해 언제나 바깥을 향해 열려있는 길은

미리 지어진 미로를 기초로 한 넑직한 대로이겠지만

그 위에서 하늘이 아름답다고 말할 때

하늘은 어둠에 묶인 하늘인 하늘이며

아름다울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은

꽁꽁 묶인 채만 아름다울 수 있는 아름다움이라고

과연 하늘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하늘은 하늘과 대비될 때만 아름다울 수 있겠지만


오늘

하늘은 감히 아름답다고

참으로 아름답다고

아름답게 아름답다고

오직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매거진의 이전글 가상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