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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견5묘 가정, 아침은 이렇게 보냅니다.


 강아지 한 마리, 고양이 다섯 마리와 집을 공유하고 있다. 집안일도 못 하고 스스로 밥을 꺼내어 먹지도 못하는 룸메이트들이다. 아무리 바빠도 해줘야 하는 게 매일 있고, 아무리 귀찮아도 해야만 하는 게 매번 있다.


 아침이면 모닝콜 대신 강아지 허니 기척으로 일어난다. 자세를 고칠 때도 있고, 바깥소리에 짖을 때도 있다. 덕분에 나는 늦지 않게 일어난다. 허니는 더 자겠다는 건지 바로 따라 나오지 않는다. 대개는 다시 눈 감거나, 큰 숨을 몰아쉬며 누워 있는다. ‘그래. 마음대로 해라~’ 하고는 살살 일어나 이불을 덮어준다. 방을 나설 때쯤이면 허니도 어느샌가 따라 나와있다. 웃긴 녀석이고 종잡을 수 없는 강아지다. 다시 돌아가 허니가 누웠던 자리를 다시 정리한다. 그리고서는 재빠르게 나와 침실 문을 닫는다. 망고 덕분이다.


 고양이 망고는 침실 이불만 보면 소변을 눈다. 파양되었다가 만난 친구인데, 파양하신 분께서 집을 자주 비워 모래를 잘 갈아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깔끔하고 폭신한 천만 찾아다니며 용변을 보는 습관이 생겼고, 이는 파양 이유가 되었다. 우리집에 데리고 와서는 취향에 맞는 모래를 찾아 여러 번 바꿔주고, 화장실 개수도 더 늘렸다. 그런데도 방문을 열어두면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어김없이 소변을 눈다. 시간이 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문을 닫는다.


 그렇게 방문을 닫고 나오면, 사랑 넘치는 고양이 커플 토요와 버찌, 주먹밥 고양이 포니가 식탁 위로 올라와 있다. 밥 달라는 소리다. 사료 주기 전 꼭 해야 하는 게 있다. 머리를 쓰다듬고 턱을 만진 다음 엉덩이를 토닥이는 일이다. 쉴 때 하면 싫어하는데, 밥 주기 전에 하면 더 애교 부린다. 이때를 즐겨야 한다. 평소보다 3초 더 쓰다듬어야 한다. 사료통을 흔들며 귀엽게 앉아있기를 요구해야 한다.


 다음은 여섯 친구가 전날 밤에 쌓아 올린 축복들을 치울 차례. 전략이 필요하다. 어제보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더 빠르게 치워내기 기록 경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워야 하는 곳은 총 여덟 곳. 베란다에 4개, 거실에 3개, 내 방 1개. 베란다부터 공략한다. 제일 많은 곳을 재빠르게 치우는 것이다. 계획과는 다르게, 매번 전날 기록을 깨지 못한다. 베란다 건조기 위에서 광합성 하는 고양이 민트 덕분이다. 하염없이 애교 부리는 탓에 잠시 본분을 잊는다. ‘내일은 살짝만 쓰다듬어야지!’ 매일 다짐한다.


나, 귀찮음을 즐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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