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쿠라 그림책까페, 송북까페(SongBookCafe)
<울었어>, 나카가와 히로타카(글), 초 신타(그림), 최윤미(번역), 문학동네
그림책<울었어>는 가마쿠라 송북까페(SongBookCafe)의 책방매니저 오타 히로(太田 ひろ)씨로부터 추천 받은 책 중에 하나였다. ないた라는 짧막한 제목에 초 신타의 그림이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그림책이었다. 더위로 달아오른 열기를 식히려 주문한 모과에이드를 들이키듯 마시고 책방 한켠에 앉아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울었어>로 번역된 한글판이 있었다. 출판사 제공 소개글에는 책 뒤표지에 적힌 나카가와 히로타카의 글이 인용되어 있었다.
“금세 울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 “매일 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
“어렸을 때처럼 매일 울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야.”
울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심장한 메시지였다. 대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가 궁금해 사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견본책 뿐이었다. 다음 날 열일을 제치고 동네 서점 마루젠(MARUZEN)에 갔다. 오래된 책이라 재고가 없다고 했다. 그 길로 다음으로 미루었던 요코하마중앙도서관의 방문 일정을 앞당겨 기어이 책을 빌리고, 온갖 수단을 써서 번역해 해인과 함께 보았다.
넘어져서, 부딪혀서, 싸워서, 혼이 나서, 약이 올라, 길을 잃고, 기뻐서, 무서워서, 헤어질 때, 다시 만나서 또, 시로가 죽어서 울었어.(중략) / 아기는 툭하면 울어. 우는 게 아기들 일이라고 아빠가 그랬어. 그러고 보니, 아빠가 우는 건 본적이 없네. 어른들은 왜 울지 않을까?(중략) / 엄마가 텔레비전을 보면서 눈물을 닦는 건 딱 한 번 봤지만, 엄마는 손을 베었을 때도 울지 않았어.(중략) / 나는 매일 한 번씩은 꼭 울어. 왜 그럴까? 나도 크면 울지 않게 될까?
그림책 속 아이는 ‘눈물은 꼭 슬플 때만 나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울음이 가지는 여러 가지 성격과 의미를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특히 “남자는 울면 안돼!” 라는 편견을 깨고 싶은 듯 남자 아이가 우리를 이끌고 있다.
램지재단 알츠하이머치료연구센터에 따르면, 사회적 관념 때문에 남성의 우는 횟수가 여성의 1/5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이처럼 남성이 여성보다 잘 울지 않기 때문에 평균수명이 짧다고 했다. 독일 안과 학회 자료에서는 여자들은 연간 30번에서 64번 울지만 남자들은 6번에서 17번 운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특히 남성의 눈물에 대해 야박하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울어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말이다. 요즘은 달라졌다 해도 여전히 남자가 여자보다 눈물에 인색하다. 해인아빠도 예외는 아니어서 해인이 울 때 ‘남자가 그런 일로 우느냐!’고 다그쳤다. 그 말을 되받아 눈물에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고 반박한 후, 해인이 실컷 울도록 다독였다.
영국에서는 ‘다이애나효과’라는 것이 있다.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사망하자 영국인들은 눈물을 흘렸고, 이후 우울증환자비율이 현저히 떨어져 탄생된 말이다. 눈물이 정신치유에 큰 역할을 한다는 반증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루이카쓰(淚活)’가 유행처럼 번진다고 한다. 울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활동인 루이카쓰는 주로 10명 내외가 모여서 하는데, 수백 명이 체육관에 함께 모여 한 경우도 있고, 혼자서 하는 이들도 늘어날 정도로 확산 중이라고 한다. 처음엔 여성 중심이었지만 남녀노소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다고.
해인과 울음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나누었다. 해인은 화가 났을 때, 무서울 때, 엄마에게 야단맞을 때 제일 눈물이 많이 난다고 했다. 그럼 ‘난 잘 울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역시 억누를 때가 더 많다는 걸 알았다. 눈물에 대해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기준이나 규칙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다. 어릴 적부터 단지 울었다는 이유만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내 감정들을 다독였다. 뭔가 가슴 한쪽에 뭉쳤던 응어리가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울음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지니 해방감 같은 것이 들었다. 해인과 난 눈물이 나면 당당하게 펑펑 울자고 설렌 결심을 했다.
간결하면서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글과 강렬하면서도 풍성한 감동을 주는 그림! 이 둘의 조화가 절묘하다. 이것 이상은 있을 수 없는 것 같다. 나의 페이버릿 리스트에 당당히 올린다.
송북까페는 그림책 작가이자 싱어송라이터인 나카가와 히로타카(中川 ひろたか, 1954~)의 북까페다. 나카가와 히로타카는 <거짓말>, <훌러덩>, <친구가 생긴 날>, <친구가 좋아>, <울었어> 등의 그림책에 글을 쓴 작가다. 까페에는 히로타카의 대표적인 그림책들이며 가마쿠라 작가들의 그림책들, 히로타카가 작사 작곡한 노래(일본 교과서에 실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책방 매니저인 오타 히로(太田 ひろ)씨는 나카가와 히로타카의 한글판 그림책들도 보여주었다.
그림책들과 책 속 주인공들의 모빌, 원화와 인형들, 엽서와 소품들이 빈틈없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었던 송북까페. 천정에 달린 전구들은 마치 작고 맑은 별 같았고, 책방의 모든 것들을 어여쁘게 비추고 있었다. 마치 어느 그림책 속에 한 페이지에 들어 온 것 같았다. 책방도 그림책도 좋았지만, 오타 히로씨와 함께 했던 시간이 마음을 더욱 행복하게 했다. 사토 와키코(佐藤 わき子)’의 그림책 주인공, 호호할머니 집에서 한바탕 신나게 놀고 온 느낌이랄까. 가마쿠라에 가면 꼭 가보고픈 그림책방이 하나 더 늘었다.
* 그림책까페 SongBookCafe: 목요일~ 월요일 오전 11:00~ 오후 5:00
주 소: 6-6 Sasamemachi, Kamakura, Kanagawa Prefecture 248-0015
영업시간: 웹사이드: http://www.songbookcafe.com/
* 유이가하마(由比ヶ浜 / Yuigahama Beach )
메이지 시대(1868~1912) 부터 관광객보다는 현지인에게 사랑받는 해수욕장이다. 바다는 멀리까지 물이 얕아서 파도가 비교적 잔잔해 아이가 있는 가족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유이가하마 해수욕장은 나츠메 소세키의 『마음』에도 등장하며, 《침략! 오징어 소녀》의 배경(모티브)이 되기도 한 곳이다.
주소: 4 Chome Yuigahama, Kamakura-shi, Kanagawa-ken 248-0014
* 유기농채식레스토랑 마고코로(Magokoro):화~일 오전 11:00~ 오후 9:00
유이가하마 해변과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와 차를 즐길 수 있는 곳.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둘째 요시노의 데이트 장소로 소개된 바 있다. 유기농과 마(麻, Hemp)를 기본으로 하여 마음과 몸에 좋은 음식과 공간을 추구하고 있다. 메뉴로는 ‘마 라이스 플레이트’, ‘마 채식 카레’, 생멸치 덮밥 등이 있고, 계란과 유제품, 백설탕을 사용하지 않고 메이플시럽을 사용하여 단맛을 낸 케익, 두부 티라미수 등 디저트도 있다.
주 소: 2-8-11 Hase, Kamakura, Kanagawa Prefecture 248-0016
웹사이트: www.magokoroworld.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