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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에서 보다] 빈 화분

그림책에서 보는 엄마가 행복한 육아

by 연화향

빈 화분

데미(글, 그림)/서애경(옮김)/사계절(출판)

새와 짐승을 사랑했지만 꽃을 더 많이 사랑하는 임금님이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어전 뜰을 스스로 가꿀 만큼요.
이 임금님의 백성들도 꽃을 사랑했는데,
그 가운데 핑이라는 소년은 심는 풀과 나무마다 꽃을 피우고
나무를 쑥쑥 키우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요.
꽃 사랑이 지극한 임금님은 꼬부랑 할아버지였는데,
왕위를 물려줄 후계자가 없었어요.
결국 꽃으로 후계자를 고르기로 했습니다.

‘나라 안 아이들은 모두 입궐하여 임금님께서 내린 특별한 꽃씨를 받으라.
임금님께서 한 해 동안 가장 정성을 다해 꽃씨를 가꾼 아이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 하셨느니라.’

우아! 아이를 둔 부모로서 진짜 빅뉴스네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아이를 후계자로 만들겠고 욕심을 부리는 엄마도 있겠고,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엄마도 있을테고요,
아이가 답답해서 처음부터 대신하는 엄마도 있을겁니다.
우리 아이는 안 될게 뻔해! 라며 포기하는 엄마도 있겠죠?
저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았어요.
우선 해인에게 왕이란 누구이고,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 서로 이야기 나누고,
왕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겠습니다. 해인이 왕이 되고 싶다고 선택을 했다면,
저는 해인을 믿고 지켜보며 도움을 요청할 때만 개입하고,
절대 잔소리를 하지 않을래요.ㅎㅎ
여러분은 어떠세요?

이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였지요!
방방곡곡에서 아이들이 꽃씨를 받으러 벌떼처럼 궁궐로 몰려들었습니다.
아비 어미는 자기 자식이, 아이들은 자신이 뽑히기를 바랐지요.
핑은 임금님에게 씨앗을 건네받으면서 세상 누구보다 행복했습니다.
가장 예쁜 꽃을 피울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핑은 기름진 흙에 씨앗을 심고 가꾸었어요. 그런데,
여러 날이 지나서도 화분에서는 아무 기미가 보이질 않았어요.
더 큰 화분에 새 흙을 담고 옮겨 심었지만
두 달이 지나고 한 해가 지나도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봄이 오자 아이들은 때때옷을 차려 입고 예쁜 꽃 화분을 안고
후계자가 될 꿈에 부풀어 궁궐로 몰려갔어요.
자신이 못난이처럼 느껴진 핑은 놀림거리가 될 것을 걱정했습니다.
그때, 꾀돌이 동무가 탐스러운 꽃 화분을 안고 뛰어가며 핑을 놀렸지요.
이 말을 들은 핑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성을 다했으니 됐다. 네가 쏟은 정성을 임금님께 바쳐라.”

꽃을 틔우지 못한 아이를 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아버지라니요!
실망하고 낙담한 아이에게 위로를 넘어서 용기를 갖게 하는 말입니다.
이 말과 나의 느낌을 소중하게 들고 마음 한 편에 고이 둡니다.

아버지로부터 용기를 얻은 핑은 빈 화분을 끌어안고 곧장 궁궐로 갔어요.
아이들이 들고 온 화분은 하나같이 예뻤답니다. 그러나 임금님은
얼굴을 찌푸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던 왕은 빈 화분을 들고 나타난 핑을 보자
반갑게 맞이하며 어째서 빈 화분인지를 물었습니다.
핑은 솔직하게 말을 하곤 빈 화분이 자신의 정성이라고 말했지요.
이 말을 들은 임금님은 빙그레 웃으면서 핑에게 왕의 자리를 물려주었습니다.
빈 화분에 진실을 담아 왕 앞에선 핑의 용기를 높이 산다면서 말입니다.
옛이야기가 그렇듯 명징한 교훈과 함께 마음이 밝아지는 결말이네요.

그런데 왕은 왜 꽃으로 후계자를 고르려고 했을까요?
정원사의 정원사로 알려진 거트루드 지킬은 도서 <지킬의 정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원은 훌륭한 스승이다. 인내와 세심한 주의력을 가르치고, 근면과 절약을 가르치며, 무엇보다 완전한 신뢰를 가르친다.”
꽃 사랑이 지극하여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어전의 뜰을 가꾸며 왕이 깨달은 가치들은 지킬의 그것과 같지 않을까요. 임금님은 이러한 가치들이 왕이 가질 덕목이라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왕은 왜 익힌 씨앗을 나누어 주었을까요?
왕이 될 아이가 정직한지 진실한지는 물론이고
빈 화분을 들고 올 수 있는 용기까지 있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핑은 꽃을 사랑하는 정직하고 진실하며 용기가 있는 아이였던 것이죠.


아이는 따라쟁이입니다.

따라 배우는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람은 바로 부모이고,

특히 주양육자인 엄마이지요.

나를 따라 배우는 해인이 엄마로서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그림책 <빈 화분>을 비추어 ...
내가 가진 정직함과 진실함 그리고 용기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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