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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뫼르달 May 06. 2024

<봄비>


혹시 그거 알아, 어제는 밤새 비가 내렸어

그곳에도 비가 내렸을지는 모르지만

한참 동안 내가 그 비를 다 맞았다는 건 아니지만

봄에만 내리는 비가 있대

무심코 지나쳐도 할 말은 없겠지

언젠가 오래전에 내가 건넨 짧은 인사처럼



찢어진 기억 쓰라린 소금물

10억 년 전에는, 머리 위에도 바다가 있었지

지구 반대편 어느 마을에서는

지금까지도 하늘에서 물고기가 쏟아져 내리는 거야

그러므로 치명적인 증거는

절대로 바다에 버려선 안 되는 거라고



먼바다로부터 불쑥 찾아오는 것들이 있어

유리병 속에 담아둔 편지처럼

눅눅하게 젖었거나 바싹 말라비틀어진

외눈박이 곰인형 구겨진 사진

갈 곳을 잃은 말들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고기들



봄비는 먼바다로 가서도

길 잃은 물고기의 벌어진 상처를 아프게 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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