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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세하 Aug 21. 2021

몽골

별똥별을 올려다보며 소원을 빌 수 있는 곳이었다

잔디밭이라 하기엔 거친 풀밭

초원에 드러누워 삼삼오오

정수리들로 별표를 그렸다

난로 틈 검붉게 달아오른 석탄

고소하게 취하는 상쾌한 공기와 연기

엷은 연기는 드문드문 코를 헤집었다

검붉게 달아오른 석탄과 별

새벽 4시 냉수와 칠흑으로 몸을 씻고

젖은 몸에 속옷 하나

말을 치는 두 마리 개

산을 올랐다

검붉게 달아오른 석탄과 별

우린 네 발의 동물

모양 없는 돌과 나무껍질을 짚고

니은자로 포개어진 바위에 올랐다

한 치의 경치도 없는 초새벽의 정상


지평선 뒤 태양의 모서리

거대한 U자형 초원을 내려다보며

그렇게 수만 년 전 이곳을 채웠을 법한

바다를 상상하며, 공룡을 상상하며,

고이 잠든 소우주를 상상하며,

어느새 나무의 온도를 갖게 된 몸을

가닥의 햇빛에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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