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며

엄마의 '불안'을 먹고 자라는 아이

'자출가모'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자연주의 출산을 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육아를 하다가 궁금한 점이 생기면 그곳을 종종 찾곤 한다. 이미 나보다 한 발 앞서서 경험한 이들의 글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걸어가는 길은 비슷하다.

자연주의 출산, 지연접종, 공동육아, 발도르프 학교 혹은 홈스쿨링...

비슷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 주로 글을 남겨서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자출가모'에서는 그것이 주류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그렇게 육아를 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이 걸어간 길에서 벗어나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육아에서 주류, 비주류를 따지는 일은 웃긴 것이다. 뭐가 주류고, 뭐가 비주류인지... 주류면 어떻고, 또 비주류면 어떤가. 그저 내가, 우리 가족이 결정한 방향이 있다면 그게 맞는 것이다. 그걸 알면서도 흔들릴 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인데, 누군가 그걸 계속 틀렸다고 하면 큰 혼란이 생겨 불안해지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사람들, 내가 원하는 세상 사람들은 어떤지를 보면서 불안을 해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 육아에 정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지만, 감정적 한계 때문에 흔들릴 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때마다 깊은 땅굴을 파고 그 안에서 나를 갉아먹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한두 번 하다가 습관적으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걸 깨닫게 된다. 깨닫게 되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선하면 되니까. 대개는 내가 불안한 상태, 흔들리고 있는 중이라는 것도 잘 모른다. 그 영향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염되고, 가족 전체를 흔드는 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무의식이 발달한 존재들이다. 어린아이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래서 부모의 의식 상태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겉으로 연기를 하더라도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상태를 느낀다. 부모가 불안하면 아이는 몇 배 더 불안해하며 흔들린다.

올봄, 집에 식물을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다. 항상 식물을 데려오면 곧 말라서 죽거나 과습으로 죽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에 데려온 식물들은 반년 넘게 잘 자라는 중이다. 그중 로즈마리를 보면, 가느다랗던 초록색 줄기가 제법 단단한 갈색으로 변한 상태다. 식물들은 바람에 흔들리면 몸을 바로 세우려고 줄기가 점점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흔들려야만 더 단단하고 강해지는 것이다. 나는 불안이 많은 사람이다. 오늘도 흔들릴 것이고, 내일도 흔들릴 것이다. 자주 나를 놓치고, 흔들리더라도 다시 다잡고 일어서 강하고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 같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고, 우리 가족을 위한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