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무릎

by 김혜원

마음이 힘든 날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큰 고민이라면 고민이었다.

토로할 사람이 없어 스승을 불렀다.

내 힘듦에 스승은 한 달음에 달려와주었다.

걱정됐겠지.

마음이 급했겠지.

평소처럼 농담을 하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승이 왔다.

스승의 무릎에는 피가 나고 있었다.

오면서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차에 받을 뻔 했는데 순발력으로 넘어질 때 자전거를 차 안으로 던져서 별로 안 다쳤다.

근데 너 울었니.

울었네. 울었어.


스승의 말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저 너무 힘들어요.

저 어떻게 해야 돼요.

스승의 빨간 무릎은 어느덧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평소처럼 나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느덧 나의 눈물은 말랐다.

다시 스승의 빨간 무릎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했다.

하지만 미안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스승의 빨간 무릎은 내 마음 한 구석에 봉인 되었다.


그날이 생각난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승의 빨간 무릎은 생각난다.

피맺힌 무릎.

나를 걱정하는 눈빛.

"울었네, 울었어. 왜, 뭐가 힘든데."

유쾌했던 그 목소리.

피맺힌 무릎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너.


그날이 생각난다.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받은지 몰랐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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