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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원 Jun 06. 2022

빨간 무릎

마음이 힘든 날이었다.

그 당시 나에게는 큰 고민이라면 고민이었다.

토로할 사람이 없어 스승을 불렀다.

내 힘듦에 스승은 한 달음에 달려와주었다.

걱정됐겠지.

마음이 급했겠지.

평소처럼 농담을 하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스승이 왔다.

스승의 무릎에는 피가 나고 있었다.

오면서 자전거 타다 넘어졌다.

차에 받을 뻔 했는데 순발력으로 넘어질 때 자전거를 차 안으로 던져서 별로 안 다쳤다.

근데 너 울었니.

울었네. 울었어.


스승의 말에 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저 너무 힘들어요.

저 어떻게 해야 돼요.

스승의 빨간 무릎은 어느덧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평소처럼 나의 이야기를 쏟아냈다.

어느덧 나의 눈물은 말랐다.

다시 스승의 빨간 무릎이 눈에 들어왔다.

미안했다.

하지만 미안하고 싶지 않았다.

그날 스승의 빨간 무릎은 내 마음 한 구석에 봉인 되었다.


그날이 생각난다.

아무리 되짚어봐도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승의 빨간 무릎은 생각난다.

피맺힌 무릎.

나를 걱정하는 눈빛.

"울었네, 울었어. 왜, 뭐가 힘든데."

유쾌했던 목소리.

피맺힌 무릎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던 너.


그날이 생각난다.

사랑받았던 기억.

사랑받은지 몰랐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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