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하고 철저한 선생님의 구성! 다다익선에서 밀도있는 시간 까지...
이 챕터는 유아기, 초등 저학년, 초등 고학년, 중학생 순으로 정리했습니다.
유아기, 다다익선을 강조합니다.
가장 간단명료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는 바로 만 2세부터 만 6세까지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있어 미술에 투자하는 시간은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야말로 다다익선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 자녀를 두신 부모님들께 꼭 드리고 싶은 팁이 하나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가는 미술 학원의 수업에만 전적으로 의지하지 마세요. 아이가 미술적으로 충분히 성장하려면, 가정에서도 부모님의 꾸준한 관심과 격려가 꼭 필요합니다. 집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손을 사용하는 활동들을 함께 해 주세요.
요즘 아이들과 예전 아이들 사이의 환경 차이는 현장에서 자주 체감하게 됩니다. 특히 소근육 발달이나 그림 실력에서 요즘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다소 낮은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예전 어린이들은 손을 직접 사용하는 놀이를 일상처럼 즐겼기 때문입니다. 종이를 오리고, 풀을 붙이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많았죠. 아침에 일어나면 자연스럽게 종이와 크레파스를 꺼내던 아이들, 여러 색깔의 색연필을 모으는 것이 행복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아이들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태블릿을 찾습니다. 색연필을 쥐는 대신 디지털 화면을 스와이프하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흔한 모습이 되었지요. 이렇게 디지털 기기에서 오는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는,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고 오리고 붙이는 활동이 오히려 자극이 약하게 느껴지고, 스스로 시작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미술활동도 부모님께서 유도해야만 하고, 놀이가 아닌 ‘학습’으로 여겨지게 된 것이죠.
물론 지금도 종이와 가위를 가지고 놀며 자라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부모님이 의도적으로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시거나, 집에 미술 공간을 마련해주시는 경우지요. 또 단순히 자리를 만들어줬다고 해서 아이들이 저절로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시작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나마 그것들을 자주 활용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형제자매가 함께 있는 경우입니다. 자매가 함께 스퀴시 만들기, 다이어리 꾸미기, 포토카드 포장 같은 손을 사용하는 놀이를 하며 자연스럽게 미술에 익숙해지곤 합니다.
반면 하루 30분도 미술에 노출되지 않는 아이들도 많습니다. 예전에는 남자아이든 여자아이든 딱지 접기, 미니카, 인형 옷 입히기, 스티커 꾸미기, 만화 캐릭터 따라 그리기 같은 활동이 놀이의 중심이었고, 너무 그런 것만 한다고 혼나는 아이들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클레이를 가지고 몇 시간씩 잘 노는 아이가 있으면 오히려 기특하게 여겨집니다.
이렇듯 손을 쓰는 놀이와 그리기에 노출된 시간이 달라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실력의 차이도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근육은 주 1회, 1시간 반 수업으로는 충분히 발달하기 어렵습니다. 가정에서도 아이가 손을 움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세요. 그것이 아이의 표현력, 집중력, 창의력 향상에 큰 밑거름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미술 학원에서는 숙제를 따로 내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학원은 예외적으로, 초등 2학년 까지의 아이들에게는 숙제를 내주기도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집에서 그림을 거의 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는 아이의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로, 그 나이대에 맞는 그리기와 오리기, 만들기 활동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 아이가 그림이나 만들기에 별다른 흥미를 보이지 않거나 손으로 무언가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미 발달 시기를 어느 정도 놓쳤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모님들께서 “왜 우리 아이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을까?”, “왜 만들기를 잘 못할까?” 하고 걱정하실 때쯤이면,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이죠.
학원에서 초등학생 아이들의 발달 상담을 하다 보면, 소근육 발달이 잘 이루어진 아이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늘 부모님께 진심 어린 칭찬을 드립니다.
“그동안 정말 잘 해 오셨습니다. 오늘이 그 보람을 느끼시는 날입니다. 요즘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선을 끝까지 깔끔하게 긋는 것도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아이는 손끝이 단단하게 조절되어 드로잉을 아주 안정적으로 합니다. 오리기 결과물을 보세요. 이렇게 동그랗게 오려내는 것은 아직 많은 아이들에게 어려운 작업입니다. 집에서 미술 활동을 많이 해 주신 것이 눈에 보입니다. 꺼내고 치우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우셨을지 잘 압니다. 하지만 그때 하신 노력이 오늘 이 아이의 손끝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미술 선생님의 눈에는 그게 다 보이거든요. 정말 훌륭하게 잘해 주셨습니다.”
아이의 미술적 발달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손끝의 감각과 집중력, 세심한 관찰력의 결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기에 맞는 경험을 충분히 해 보는 것입니다.
초등 저학년, '더 화려하고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하고 더 깊어지는 것’
초등학교 1학년 시기부터는 미술에 대한 시간 투자 역시 보다 체계적이고 세밀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제가 앞서 만 3세에서 6세까지는 미술 활동이 많을수록 좋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초등 1학년 이후부터는 단순히 ‘다다익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 시기에는 이미 손의 기초 발달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계속해서 쉬운 만들기나 단순한 그리기만 반복해서는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도 여전히 퍼포먼스 미술이나 대형 만들기, 놀이식 미술, 슬라임 주물럭 활동에 머무르고 있다면, 이는 실제 나이에 비해 어린 수준의 미술 활동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처럼 소근육 발달의 적기는 초등학교 2학년까지입니다. 그 이전까지는 손의 움직임이 점점 더 정교하고 섬세해져야 하며, 그에 맞는 미술 활동이 필요합니다.
커다란 클레이 작품이나 대형 블록 만들기가 더 멋져 보이고 더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시선을 조금 바꾸어 보셨으면 합니다. 큰 작품은 언뜻 보기엔 화려해 보여도, 정밀함이나 세밀한 표현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가 큰 작품을 잘 만든다면, 이제는 그와 같은 표현을 더 작고 섬세한 방식으로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커다란 블록으로 성을 잘 쌓는 아이에게는 점점 더 작은 레고 블록을 사용하게 도와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클레이 활동을 예로 들면, 5세 아이가 클레이 색을 섞으며 주물럭거리는 활동은 충분히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2학년쯤 된 아이에게는 단순한 감각 활동보다는, 공작이 가능한 클레이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만들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작은 눈동자, 고양이의 손바닥 같은 디테일을 표현하려고 시도하지만, 아직 손 조절이 덜 되어 투박하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투박한 시도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어떤 피규어 형태든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면, 그다음 단계에서는 더 작고 더 정교한 피규어를 만들도록 도전해 보게 하세요. 작은 조각들을 정성껏 이어 붙여 하나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드는 경험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어도, 미술 교육적으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입니다. 정밀성과 집중력, 표현력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고 투박한 선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더 다양한 주제와 구도를 시도하고, 점점 더 정교한 표현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매번 같은 캐릭터나 익숙한 사물을 반복해서 그리기보다는, 동물의 털 표현이라든지, 인물의 표정 변화, 물건의 입체감이나 빛과 그림자 등을 다뤄보는 식으로 표현의 깊이를 확장시켜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단순히 햇님과 집만 그리던 아이가 나중에는 나무 잎의 방향, 건물의 구조, 사람의 옷 주름까지 그려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죠. 이런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일어나지만, 분명 아이의 관찰력과 표현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리기나 종이접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크고 단순한 도형을 오리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작은 곡선이나 복잡한 무늬, 세밀한 부분을 자르고 붙이는 활동으로 발전해 나아가야 합니다. 종이접기 역시 몇 번 접어 만드는 간단한 모양에서 출발해, 점점 접는 횟수가 많아지고 정밀한 손동작이 필요한 고난도 작업으로 이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종이비행기나 튤립을 접다가, 나중에는 입체 도형, 동물의 세부적인 형상, 혹은 종이로 장식용 구조물을 만드는 활동까지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들은 손의 세밀한 조절 능력뿐 아니라 도형 감각, 집중력을 함께 키워주는 훌륭한 훈련이 됩니다.
초등 저학년, 가성비 있는 집중 시간 '학교 수업'에 힌트가 있다!
아이들이 점점 더 정교한 만들기와 그리기를 배워나갈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시간과 방식으로 유도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한 번에 진행되는 수업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요?
저는 한 번의 수업 시간으로는 ‘학교 수업 시간’만큼 명확한 기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놀이 중심의 수업이라면 2시간, 3시간 동안도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술의 기본기를 배우고, 섬세한 채색이나 자세한 관찰 중심의 그리기 수업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제가 실제로 수업을 해본 경험으로 볼 때, 아이들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약 40분에서 45분 정도가 한계입니다. 그 이상이 되면 수업 난이도를 낮추지 않고서는 집중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교의 한 교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은 1시간 반씩 진행되는 미술 수업도 많지만, 제가 보기에는 그것이 아이의 몰입도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일정에 맞춘 편의적인 운영 방식일 때가 많습니다. 진정으로 아이가 ‘알토란처럼’ 알찬 수업을 경험하려면, 집중이 가능한 40분 정도를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후 시간은 분위기를 부드럽게 환기시켜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예를 들어, 40분간 진지하게 그리기 수업을 진행한 뒤, 남은 20분 동안은 클레이 만들기나 크로키, 캐릭터 드로잉 등의 활동으로 전환해 주면 수업의 균형도 좋아지고, 아이의 피로도도 줄어듭니다. 이런 구성으로 진행한 60분 수업이 가장 밀도 있고 만족스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1시간 반, 2시간씩 수업이 이어지게 되면 아이들이 지치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오히려 노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일주일에 2시간을 수업한다고 가정했을 때, 한 번에 2시간 연속 수업을 한 아이와 1시간씩 두 번에 나누어 수업을 받은 아이를 비교해 보면 차이가 있습니다. 1시간 수업을 두 차례 나누어 진행한 경우, 아이의 집중도는 훨씬 높았고, 그만큼 더 많은 내용을 효과적으로 배우고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주일 2타임을 한시간씩 나눠서 등원하는 것을 기본 수업 시간으로 설정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원이 초등학생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이 시간 동안 대부분의 수업은 그리기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기를 충분히 해 본 뒤, 만들기 활동을 더 좋아하는 아이들에 한해서는 한 타임을 추가 수강하기도 합니다. 이때는 조금 더 조형 중심의 수업으로 유연하게 풀어가며 아이가 흥미를 유지하고, 학년에 맞춰 균형 잡힌 미술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이의 집중력, 발달 단계, 수업의 목적에 따라 수업 시간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단순히 오래 앉아 있는 시간이 아니라, 짧지만 밀도 있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이 진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설계된 수업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미술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 고학년,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초등 고학년은 ‘그리기’ 미술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시작되는 때입니다. 바로 ‘공간 감각’이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를 맞이하면 아이는 보다 입체적이고 사실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어지며, 표현의 깊이 또한 달라집니다. 그만큼 점차 더 많은 시간이 필요로하게 되지요.
간혹 초등 1~2학년 때부터 예중·예고 입시 스타일의 소묘나 수채화를 원하시는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아직 공간 감각이 충분히 발달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간 속 물체의 위치, 거리, 입체감(양감)을 이해하는 능력은 단순히 반복 학습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인지 발달에 따라 자연스럽게 열리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인지심리학에 따르면, 물체의 주변 사물 간의 거리나 위치 관계를 고려한 공간 감각은 대체로 만8세 이후부터 눈에 띄게 성장합니다. 일반적으로는 남자아이들이 이 시기를 평균적으로 더 빠르게 맞이하는 편이며, 여자아이들은 조금 더 늦게 발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생물학적, 신경학적, 환경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아이들은 보다 입체적인 구조를 표현하고 싶어하고, 구도나 투시법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나 그 시점은 아이마다 다르고, 학년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문제는 이 시기를 아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맞이해야 하는데, 종종 부모님들이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우리 아이는 왜 아직 입체적으로 못 그릴까?” 혹은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시게 됩니다.
반대로, 저학년 시기까지 화려한 인물화를 잘 그려오던 아이들이 고학년에 접어들어 구조 드로잉이나 투시 표현을 배우기 시작하면,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미술이 더 이상 단순한 힐링 활동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관찰 중심의 사고를 요하는 ‘연습과 훈련’의 영역으로 들어서기 때문입니다. 양감이나 명암을 표현하려면,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관찰과 분석을 통한 사고 훈련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미술에 흥미를 보이고 있다면, 단순히 그림의 완성도만을 평가하기보다 ‘양감과 공간 감각이 얼마나 발달해 있는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것은 주로 학원 선생님이 지도하고 판단하는 부분이지만, 부모님께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아주세요.
초등 3~4학년 무렵까지는 아직 섬세한 기술적 표현이 서툴 수 있고, 겉보기에 그림 실력이 부족해 보여도, 공간 감각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시점이 오면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섬세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공간 감각은 물론 연습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활동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발달 시기를 존중하고, 그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적절한 자극과 기다림을 병행하는 것이 미술 교육에서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초등 고학년, 밀도있는 적정시간을 찾아주세요.
초등 고학년이 되면,이제 미술 수업 시간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짧은 시간보다는 한 번에 몰입할 수 있는 긴 호흡의 수업이 더 적합합니다. 초등 저학년 시기에는 1시간씩 두 번 나누어 수업하는 방식이 집중력 유지에 가장 효율적이었다면, 고학년이 되면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제는 하루 1시간 수업이 조금 짧게 느껴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왜냐하면 그 사이 아이들이 그리는 그림은 점점 더 섬세해졌을 것이고, 사용하는 화지 또한 8절에서 5절, 4절까지 점점 더 커졌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른들도 작은 엽서 하나에 그림을 그리면서 20~30분씩 시간을 들이곤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4절지나 5절지를 채우는 작업을 기대하면서도, 일주일에 겨우 2시간 정도만 허락된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짧은 시간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꾸준히 그림을 연습해 온 아이라면, 고학년 시기의 그림은 훨씬 더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으로 발전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저학년과 같은 시간 구성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면, 아이는 작업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아졌음에도 시간 제약으로 인해 깊이 있는 작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초등 고학년부터는, 1시간 반에서 2시간, 길게는 3시간까지도 한 번에 집중해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몰입도입니다. 무작정 시간을 늘리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수업 시간을 늘려가며 아이가 긴 시간 동안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세요.
이러한 습관은 입시를 준비하는 시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 미술 실기 수업은 보통 3시간에서 4시간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초등 고학년부터 긴 호흡으로 몰입하는 경험을 쌓아두면, 나중에 그 시간을 힘들게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결국, 시간은 ‘길이’보다 ‘밀도’가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표현의 깊이를 넓혀가는 시기라면, 그 밀도를 충분히 실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함께 따라야 진정으로 성장하는 미술 수업이 될 수 있습니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 시기의 미술 수업에 대해,
학부모님들께 꼭 말씀 드리고 싶은 두 가지 우려의 경우가 있습니다.
첫째는, 여러 과목 공부와 병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미술에 지나치게 적은 시간을 배정하는 경우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이들은 생각보다 큰 화지를 꽤 섬세하게 채워 갑니다. 사절지나 오절지에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에는 시간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한 달에 8시간 정도, 일주일에 두 시간 수업만으로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에도 빠듯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아이가 한 달에 한 작품을 겨우 마무리하거나, 때로는 완성조차 못 한 채 수업을 마치게 되면, 결과적으로 작품은 완성된 것이 없는데 들인 노력은 크고, 따라서 성취감은 없고 지루함만 커지게 되는 상황이 반복됩니다. 결국 흥미를 잃게 되고, 이로 인해 미술에 대한 애정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 배정의 문제입니다.
“미술을 잘하니까 시간을 조금만 투자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잘하기 때문에 오히려 꾸준한 연습을 통해 더 섬세한 작업으로 이끌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적어도 오절지 크기의 작품이라면 한 달에 두 점, 사절지 크기라면 한 달에 한 점은 완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확보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자신만의 표현력과 완성도를 조금씩 키워 나가게 됩니다.
두 번째 우려는, 너무 늦은 시간대로 미술 수업을 배정하는 경우입니다. 체력이 충분한 아이들은 괜찮을 수 있지만, 체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저녁 8시 이후 수업이 오히려 미술에 대한 흥미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미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다녀온 후라면, 그 시점에서의 미술 수업은 아이에게는 즐거움보다는 피로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쉬고 싶다", "눕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게 됩니다.
성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아도, 하루 종일 집중해서 수학, 과학을 공부한 후에 ‘이제 그림 그려봐’라고 하면, 쉬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 게 당연합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너 좋아하는 거니까 그때라도 해”라는 말이 오히려 아이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저녁 8시, 9시는 집에서 간단한 간식을 먹고, 가볍게 낙서를 하거나 숙제를 정리하는 정도의 시간이라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미술의 핵심 역량을 끌어내고, 몰입을 필요로 하는 진지한 그림 수업을 받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입니다. 아직 입시가 급박한 중·고등학생이 아닌 이상, 미술 수업은 가능한 낮 시간대에 배치해 주시는 것이 아이에게 훨씬 유리합니다.
부모님들께 자주 듣는 말씀 중 하나가 “미술 말고도 할 게 너무 많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꼭 미술을 저녁 늦게 해야만 공부 시간이 확보되는 걸까요? 미술을 하기 때문에 공부 시간이 부족한 걸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것은 미술과 크게 관계가 없습니다. 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쉴 시간을 다 누리고, 그 다음에 공부와 숙제를 하려니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미술에 흥미를 가지고 있고, 그 흥미를 오랫동안 유지해주고 싶으시다면, 일주일 중 하루 이틀 정도는 아이가 몰입해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시간으로 남겨 주세요. 가능한 좋은 컨디션의 시간대에, 아이가 온전히 자신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급변하는 AI시대, 미술 전공자의 현직 전문가 다운 시각으로.
‘미술학원은 언제까지 다녀야 할까요?’
자녀의 전공을 염두에 두시는 부모님들 중에서는 적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종종 이런 질문을 듣곤 합니다. 저는 여기에 대해 비교적 명확한 답을 드릴 수 있습니다.
아이의 장래 희망이 미술과 관련되어 있다면, 당연히 지속적으로 미술 수업을 이어가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꼭 미술 관련 진로를 가지지 않더라도, 아이가 미술을 ‘좋아하고 즐기는’ 시기라면 좋아하는 그때까지는 계속 다니게 해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다면, 초등 고학년쯤 되어 아이가 미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또는 그만둘 시점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럴 때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합니다.
“미술이 좋다고 해서 다른 공부를 안 해도 되는 건 아니야. 공부는 공부대로 해야 하고, 미술은 미술대로 해야 해. 물론 너한텐 미술도 하나의 공부처럼 느껴질 수 있지. 그리고 그게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어.
네가 쉬는 시간이나 놀 수 있는 시간에 스스로 미술을 선택해서 학원에 나와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야. 남들처럼 게임을 하거나 늦잠을 자고 쉴 수도 있었는데, 그 시간에 미술을 한다는 건 너 스스로도 그만큼 의미 있고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일 거야. 그렇다면, 네가 그렇게 느끼는 동안은 계속 해도 좋아. 의미가 있다면 계속 가는 거야.
하지만 만약 미술 때문에 친구들처럼 놀지 못하는 게 억울하다면, 그건 네가 스스로 선택해야 해. 게임이 더 좋다면 게임을, 미술이 좋다면 미술을. 모든 걸 다 할 순 없어.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는 결국 네 선택이야.
그리고 미술을 앞으로 더 깊이 있게 해 보고 싶다면, 공부도 어느 정도는 함께 해 줘야 기회가 더 많아져. 미술만 잘해서는 갈 수 없는 길도 많거든. 그러니까 정말 미술이 하고 싶다면, 그만큼의 책임도 함께 생각해야 해.
반대로, ‘이건 나랑 안 맞아’라고 느껴진다면 멈춰도 괜찮아. 억지로 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분야는 아니니까. 진짜 네가 원하는 게 뭔지, 그걸 정직하게 들여다보는 게 제일 중요해.”
이렇게 설명해 주었을 때, 아이가 여전히 미술을 선택한다면, 혹여나 그 선택이 매일같이 철저하게 지켜지지는 않더라도, 그 결심과 실천, 발걸음은 충분히 의미 있고 기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요즘처럼 꿈이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인 세상에서, 뭔가를 하고 싶다고 스스로 말하고 움직이는 마음은 정말 소중한 것입니다. 그정도의 의지를 꺾는 일은, 가능하면 피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미술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감정 표현의 도구이고, 자율성과 몰입의 과정을 통해 아이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소중한 기회입니다. 전공 여부를 떠나, 아이가 미술을 좋아하고 진심을 보인다면, 그 선택을 지지하고 응원해 주는 것이 아이의 자존감과 삶의 방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