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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윤 Apr 23. 2024

가장 치열했던 곳, 영화예술 입시학원 조교를 마치며

내가 가장 애정한 유학파 실력있던 두 20살 아이들에게 남기는 마지막

모처럼 대학 도서관에 앉아 여느 누구와 같이 중간고사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너무 오래 떠나오지 않았을까 평화로운 일상들이 잘 흘러가면 난 불안해진다


행복할땐 늘 힘들었던 옛정들의 생각이 나서


하나 둘 연락을 하게 되었다


그게 누구였는지 지금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입시학원 조교로 아이들을 처음 보았을 때 실력 있고 유학파 아이들이 가득했다


나와 나이차이는 2-3살 밖에 나지 않지만 아이들의 성숙도와 실력은 비례하지 않았다


예술을 공부하겠다고 박차고 앉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끔 퇴근길에도 눈물이 나곤 하다


다 뽑아주면 안 되는 건지 한탄스럽기도 또 턱걸이라도 걸쳐하려는 아이들을 보면 대견하기도


누구나 마찬가지인 감정이 스칠 것이다


예술에 정답이 어딨겠는가


이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획일화된 교육이 먼저가 아니라고 느꼈다

산업의 트렌드를 읽을 줄 알아야 하며 개개인의 가진 능력과 특색을 키워 그것을 자신만의 색으로 브랜딩 해주는 일 나는 이 일을 좋아하고 어쩌면 엔터 사업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아이돌 키우듯 한해 한해 대학과 조교일을 병행한다


작년 두 아이가 안타깝게 예대에 떨어지고 말았다


둘이 나이가 동갑인 스무 살, 재수를 결심했지만 탈락이라는 이름 앞에 둘은 친했고

너무나도 자신감 넘치는 태도에 둘은 꼭 붙겠다 싶었다


똑같은 10월 낙엽이 떨어지는 어느 날, 선생님...이라는 카톡이 둘 다 왔다


...


문자를 보기도 전에 눈물이 서려오며

평소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실력을 가진 이는

붙었다는


내 기준 그와 반대로 생각했던 다른 친구들은 떨어졌다는 것을 보면 대체 기준이 무엇인지 화가 나다가도 복기작을 보면 인정하곤 한다


그러고 나서 다시 4월 23일 지금,


남자아이와는 연락이 되었지만 여자아이는 번호도 없어지고 연락할 방도가 없어졌다


그래, 너희들에게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타고난 아이들은 그게 맞고 노력형 아이들도 틀린건 없다

너희들이 선택했던 그 입시가 너희를 결국 옥죄었지만세상에서 가장 이른 성장을 꿈꿀 수 있고 상상을 자유로이 펼칠 수 있던 경험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이 이끄는 어딘가가 분명히 나타난다


나의 경험상 도전을 하고 원래 있던 자리로 다시 돌아와서 느껴보니 어디 있든 정답이 있는 것 같진 않다 목표하던 대학에 가도 입시준비했던

고3 시절보다 더 당당히 못 지내는 이들도 많다


결국 중요한 건 내 자리에서 지금 어떻게 하느냐

뭘 해서 시간을 보내느냐가 결국 남더라


너무 재도전을 강요한 것 같아, 너무 이른 나이에 실패를 겪고 도망친 게 내 잘못인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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