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 2

by 소향

간판하나

앙상한 사연을 눌어 붙인 채

미풍조차 굽은 저녁을
외투처럼 걸치고 있다

문을 밀면
먼저 뜨는 것은 국물이 아니라
숨죽인 골목의 시간,
마늘과 된장이

주인처럼 늙어가고 있다

칼은 햇빛을 썰고
먼지처럼 부서지는 하루가

숟가락 끝에 얹힌다


젓가락은
무너진 말의 뼈를 발라내고
식탁은 주름진 자리를
늘 준비해 둔다

여기서는
사람이 아니라
입 안의 기억이 먼저 자리를 잡는다

노포는,
불 앞에 선 제사장이 아니라
제단 아래
익숙한 상처를 가만히 데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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