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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ul 21. 2021

고기로 배 채울 일 있어?

소통의 시대, '꼰대'를 고발합니다.

사회라는 테두리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요구한다. 사람들 간의 관계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관계가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직장이다. 거의 매일, 심지어 가족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직장에서 상호관계가 틀어지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관계'를 검색어로 네이버에 책 검색을 해보니 212,401건이 조회가 된다. 우리나라 인구수는 5,182만 명이다. 이 많은 사람은 생각과 환경, 습관, 학습 수준 등이 모두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이 만나 관계가 형성되는 순간 발생되는 문제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관계'를 주제로 수많은 책들이 출간된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해 된다. 이 많은 사람들이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이기 때문일 것이니 말이다.


'관계'라는 글자를 가만히 보다가 생각에 잠겼다. 사람들이 관계에 대해 저렇게 고민하고 연구했다면 관계의 문제가 커지기보다 유지나 축소되는 게 정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나 보다. 여전히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일까?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연구 결과도 없다. 그저 단순한 나의 추측성 결론에 따르면 이렇다. '관계'를 위해 책이라도 사서 보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크게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바로 관계에 대해 아무런 고민도, 생각도,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를 모른다. 누군가가 지적을 해도 인정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러니 관계가 좋아질 수 있겠는가? 피해는 오롯이 관계를 개선하려는 사람과 상대적 '을'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되는 것이다.

사진 :Pixabay

'꼰대'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특정 연예인은 '꼰대'캐릭터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런 꼰대가 사실은 우리 주변에 널려있다.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다른 사람의 눈에 '꼰대'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꼰대의 특징이 뭘까? 단어를 검색해 보면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들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라고 돼있다. 그러나 이제는 학생들만의 은어는 아닌 듯하다. 


얼마 전 다른 지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직원회의를 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지점장은 회의가 끝나면 바로 식사할 수 있게 미리 주문하라고 지시했고, 직원들은 갈비와 삼겹살을 먹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김주임, 회의 참석하는 직원 9명이니까 저녁 9인분 미리 주문해라."

"네? 9인분요?"

"그래, 9명이니 9인분이면 되지 뭐."

"지점장님, 고기 1인분에 180g인데 구우면 150g도 안될 것 같습니다. 인당 적어도 2인분은 시켜야..."

"고기로 배 채울 일 있어? 적당히 배만 안고프면 되지."

"그래도 인당 1인분은 너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럼 난 1인분이면 되고, 다른 직원들은 물어보고 시켜라."


김주임은 지점장이 들을 수 있도록 직원들 모두에게 물었다. 1인분을 시키는 직원에게는 2인분이라고 큰소리로 대답해 달라고 부탁을 하면서까지 인당 2인분으로 주문을 받았다. 회의를 마치고 자리를 잡은 직원들은 고기가 다소 작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야야 김주임. 이봐라 고기가 이렇게 많은데 인당 2인분이나 시켰냐?"

"지점장님. 그래도 이 정도는 먹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김주임. 집에 가면 와이프한테 '내가 결혼을 잘못했다.'라고 말해라."

"왜요?"

"내가 정육점 집 딸하고 결혼을 했어야 하는데 잘못했다고 해라."

"정육점 집은 고기 안 먹습니다. 질려서."

"네가 정육점 집도 아니면서 어떻게 아냐?"

"보기만 해도 질릴 거 같습니다. 하하하"


직원들이 식사를 시작하자 생각보다 양이 적었다. 생각보다 고기가 맛이 좋았고, 직원들은 인당 2인분의 양으로는 살짝 모자랐다.

"지점장님이 2인분 드셔서 고기가 모자라는데요."

박 과장이 슬쩍 돌려서 지점장을 탓한다.

"야야, 내가 언제 2인분 먹었냐. 많이 먹어야 1.9인분 먹었다만."

"그러니까 직원들이 고기가 모자라죠."

"그만큼 먹었으면 됐지 뭐. 빨리 정리하고 퇴근들 해."


지점장은 약속을 핑계 대고 바로 퇴근해 버렸다. 남아있는 직원들은 오랜만에 회식을 뭐 이런 식으로 하냐며 투덜거렸다. 그 뒤로 지점장은 불통의 상징이 돼 버렸다.

"이야~~ 요즘 세상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냐!"

"고생한 직원들 격려하고 힘내라고 밥 사 주는 건데, 어떻게 그런 걸 모르냐!"

"이럴 거면 다음부터는 회식하지 마요. 이건 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예요."

지점장이 퇴근하자 직원들 입에서는 불만이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고...


불통은 고통이다. 소통이 안 되는 것만큼 힘든 일 도 없다. 그 지점장 밑에 있는 직원들은 늘 불만이고 스트레스라고 하소연한다. 심지어 퇴사를 진심으로 고려하기도 했었다는 직원도 있다.

사진 :Pixabay

시대가 바뀌는 것처럼 조직도 바뀌었다. 예전의 수직적인 구조에서 수평적인 구조로 완전히 탈바꿈했다고 할 수 있다. 세상이 바뀌었어도 아직 수직적인 조직을 유지하고 있는 직장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해 보면 조직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일을 시키는 입장에서는 직원들 다루기가 무척이나 버겁다고 한다. 


조직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직원들에게 설명과 이해를 시켜주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서로 합의가 되어야 움직이는 것이 현 실태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직장도 일방통행의 조직문화라면 고민도 하지 않고 사표를 던지는 것이 요즘 세대라고 하소연들을 한다. 그만큼 세상이 바뀐 것이다. 


아직도 소통을 불통으로 막고, 권위주의를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관계는 없고 권위만 남았다. 앞에서는 굽힐 수 있으나 결국에는 자멸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사람들이다. 선배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 꼰대 행세만 일삼다 결국 직원들의 반기로 직장을 잃었다. 겉보기에는 명퇴지만 속내는 잘린 신세다. 취직하기도, 사업을하기도 어정쩡한 방랑자의 삶이 돼 버렸던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서 언제든 어떤 모습으로든 야기되는 문제가 관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온이 35도를 넘나들어 불쾌지수가 증가하고 짜증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어느 때 보다 냉철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관계를 이어가야 할 시기다. 다른 지점 직원들의 하소연에 나 역시 꼰대는 아니었을까 고민해 본다. 어쩌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나도 꼰대일 것이다. 다만, 얼마만큼의 노력으로 사람들과 소통하고, 배려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이다. 


오늘은 직원들의 눈높이로 내 눈을 낮춰보는 노력을 해봐야겠다. 

어쩌면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지도 모를 테니까.

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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