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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ul 23. 2021

델타보다 더 무서운 것

브런치에 어느 작가님이 복날 음식에 대해 쓴 글을 읽고서야 중복인 것을 알았다. 매일 더운 날씨에 노출되다 보니 식욕도 휴가를 갔는지 이렇다 할 음식도, 배고픔도 별 감흥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서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옆구리 살이다. 그렇다고 많이 나온 건 아니지만 들어가지도 않아서다.


코로나라 헬스장에 다니는 게 좀 찜찜하고 신경이 쓰인다. 운동은 해야 할 것 같고, 코로나가 신경은 쓰이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학교로 갔다. 살 빼기 가장 좋은 운동이 유산소 운동이라고 했으니 이참에  맘먹고 튜브를 없애보자 결심을 한다. 그렇게 6월부터 나의 운동은 시작되었다.


시작은 운동장 다섯 바퀴를 걷는다. 워밍업이라 생각하면서 살짝 스트레칭도 하면서 말이다. 다섯 바퀴를 돌고 나면 휴대폰 어플을 실행시킨다. 요즘은 프로그램이 잘 돼있어서 페이스 조절도 알아서 해준다. 심심하게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플을 통해 내가 목적하는 바를 이루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어플에 세팅된 프로그램 중 내가 선택한 것은 40분 동안 달리기 코스다. 워밍업은 이미 했기 때문에 어플에서는 걷기를 하라고 하지만 나는 달리기부터 한다. 그래야 내 목표 40바퀴를 뛸 수 있다. 사실 40바퀴를 세는 것도 만만치 않다. 뛰는데 집중하다 보면 숫자가 헛갈린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애들처럼 손가락을 접는 것이다. 열 바퀴마다 휴대폰을 쥔 손을 바꿨다. 그리고는 바퀴수대로 손가락을 접었다. 


다섯 바퀴 정도를 돌 때쯤이면 이마에서 폭포수가 터진다. 손으로 닦아도 그때뿐이다. 그때부터는 싸워야 할 상대가 계속 늘어난다. 떨어지는 땀이 눈에 들어가지 않도록 닦아내야 했고, 가빠오는 숨에 헐떡이는 호흡을 유지하는데 신경을 집중해야 했고,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이 정상적인 보행이 되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했고, 휴대폰 어플에서 실시간으로 전해오는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으며,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다른 사람들의 훼방도 피해 다녀야 했다.


가장 힘든 것은 바로 자신과의 싸움이다. 열다섯 바퀴 정도를 돌고 나면 그때부터 머릿속은 온갖 핑계를 찾아내기 시작한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 '다리가 무거워 더는 못 뛸 거 같은데.', '숨이 차서 계속 뛰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 '배가 살살 아픈 것 같은데 오늘은 그만 뛸까?' 등등 왼쪽 어깨 위에서 악마는 쉬지 않고 속삭인다. 그런 수많은 유혹을 물리치 고나서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32분 48초다. 최고 기록이다. 목표한 바퀴수에 도달하고 나면 그 자리에 주저앉고 싶어 진다. 다리는 풀려서 더는 못 가겠다고 아우성이다. 더 이상 움직이면 터트릴 거라는 협박을 하는 심장도 있다. 그럼에도 빠른 걸음으로 다섯 바퀴를 더 돈다. 분명히 빠른 걸음이라 호흡이 줄어들 것 같지 않지만 어느새 정상호흡으로 돌아온다. 심박수도 어느새 안정된다. 달리기는 그렇게 내 몸의 변화와 반응을 관찰하게 된다.


7월이 되고 20일이 지났다. 옆구리 튜브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런대로 사이즈가 줄어든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느끼고 있는 사이 기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더는 운동장을 뛸 수 없다. 밤에도 기온이 30도 근처에서 내려가지를 않는다. 40바퀴를 뛰던 내가 바퀴수를 계속 줄이게 된다. 바퀴수는 줄어도 땀은 오히려 더 많이 났다. 잘못하다가는 탈수증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어쩔 수 없이 대책을 세웠다. 바로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그사이 확진자가 1,800명을 넘었다. 확진자의 30% 정도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일 정도로 델타 변이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두 달 가까이 줄여놓은 듀크를 제자리로 돌린다는 건 생각하기조차 싫었다. 인바디로 측정해 보니 체지방이 14.8%다. 배에 왕자가 그려지려면 좀 더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보이고 있다. 


이 상황에서 멈추는 건 델타보다 더 무섭다. 두 달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다시 처음부터 하라면 포기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운동을 안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 퇴근하고 헬스장으로 갔다.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는 했지만 우려할 만큼 많지는 않았다. 최대한 대화는 자제하고 운동에만 몰두했다. 그러면서 또다시 깨닫게 된다. 우리가 마음 놓고 호흡하며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자유인지를 말이다. 가빠오는 호흡마저 마스크로 방해받는 고통을 참으며 살아가야 하는 작금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언제쯤 다시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사진 :Pixabay

대문 이미지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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