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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Dec 28. 2021

12월 27일

일기 시

영하가 바람의 등에 업혀 황급히 들어온다

붉은 꽃 가지가지 피워 올린 채

선인장 뾰족한 잎새를 품은 채

까치발 걸음으로 소리를 숨긴 채


8시 55분이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가뒀던 시야를 들어 올리다 마주친

어깨 위로 방문한 햇살 그 반가움에

영하는 잠시 저쪽으로 밀어뒀다


영하가 봉쇄한 출입구는 쉬이 열리지 않았다

가끔, 빼꼼한 눈동자들만 동동 거리를 떠다녔고

한동안 사무실엔 발걸음 대신 전화벨만 분주했다


계약서 말라버린 잉크가 마지막 출근을 했고

점심이 한 해를 대접하는 마음은 아쉽기만 했다

이제 출근은 더 이상 경로老를 재촉하지 않을 것이다

빈자리는 한동안 채온 대신 그늘을 붙잡을 것이고

생각은 그곳에 잠시 머물다 떠날 것이다


오늘따라, 근무를 붙잡던 마감 초차 조기퇴근했고

초라한 얼굴이 웃음을 밀어내는 어색함이 찾아왔다


바람이 불어온다

밤을 등에 업은 채 내려놓지 못한 영하를 들고서

가지 끝 간신히 남은 마음을 흔들어 댄다

다.시. 시.작.하.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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