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화병에 꽃을 버려야겠다
날 선 시선들의 침범에 풀죽어버린 고개와
잠깐의 정적이 오히려 반가운 간극의 호흡
그 안에는 침범할 수 없는 세상이 숨어 있나 보다
아직 피지 못한 꽃봉오리와 먼발치 숨죽인 햇살
밤새 실마리조차 찾지 못한 별들의 고뇌와
내뱉은 날숨의 까칠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
창백한 꽃잎을 바라보면
상처가 토해놓은 끈적한 악취가 잡히고
간신히 부여잡은 생명, 그 언저리에는
어느새 절망이 숨구멍을 조이고 있다
혹여나 하는 마음에 물을 갈아줘 본다
투명한 기대는 이내 쪽빛으로 물들어가고
쉽게 내려놓지 못한 마음만 한 줌 아려온다
아름다움에 홀려 꺾어버렸던 성급함의 순간
어쩌면 우리는 결과를 알면서도 무시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
이제 화병에 꽃을 버려야겠다
아니,
화병을 버려야겠다
빈 화병이 허전함을 담기 전에
아직 남아있는 향기가 착각을 부르기 전에
망각이 찾아내는 성급함이 행동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