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벤치

by 소향

능수벚나무 화장 짙은 날이면

봄의 벤치에 누워 계절의 무게를 달아봅니다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쉽지 않은 것은 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단물 빠진 꽃잎에는 시선을 두지 않거든요

그래도 나는 세심하게 꽃잎을 잡아당겨 보는데요


중력은 작고 얇은 낱장에도 비용을 청구합니다

부유물로 남지 않도록 청소할 필요가 있거든요

용역비가 대체로 비싸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문득, 파란 바다에 수를 놓아보고 싶어 집니다

훼방 놓던 구름마저 사라지고 없으니까요


활에 봄바람을 메겨 힘껏 날려 보는데요

유전은 아직 핏속에 녹아 있나 봅니다

흩어지는 꽃잎이 바다를 가득 메웠거든요


감성은 봄의 양분으로 성장하나 봅니다

엽서에 마음을 눌러 손글씨를 만들어 보는데요

우표값으로 꽃잎을 지불하고는 모른 척합니다


어느새 바닷물이 식었습니다

내일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다녀갔거든요

그래도 내일은 새벽부터 빨간 불을 지펴볼 생각입니다


슈퍼컴퓨터도 실수는 합니다

세상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봄은 아직 여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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