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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May 25. 2022

장미가 피었습니다?

주택에 사는 맛

새벽의 서늘한 기운이 기분 좋은 계절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날에도 마음의 여유는 없다.

머릿속 어딘가에서 시끄러운 잡음이 하루를 지배하는 것 같다.

그렇게 바쁠 것 같지도 않은 날들 가운데 글쓰기를 잃어버렸다.

그 시간이 멀어질수록 브런치도 멀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진다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될 줄은 몰랐다.


마당 공사를 시작한다고 한 것이 3월이었지만 여전히 마당은 철거된 채 방치돼 있다.

시청의 인허가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주택의 문제가 튀어나온 것이다.

외지가 아닌 시내 한복판에서 오래된 주택에 거주한다는 것은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이번에 작은 건물을 허가를 받아 건축하려고 하다가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 집이 뒷집의 토지경계를 살짝 침범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그게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었다.

뒷집에서 그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허가를 받은 건물이기 때문에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문제가 될 것도 없었다.


그러나 새로 건축하는 건물의 허가 담당자는 뒷집에게 민원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받으라고 했다.

신축하는 건물이 경계를 침범하는 것도 아닌데 동의서를 받아오라니 기분이 상했다.

이번 공사를 시작하면서 뒷집과 이야기를 했고 시끄러울 뻔했던 일들을 잘 마무리해 놓았다.

그런데 동의서를 다시 받아오라고 하면 오히려 민원을 넣으라고 부추기는 것 같은 기분이다.

동의서를 받지 않으면 공사를 못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오히려 민원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에 이런 상황을 전달하고, 관련 법규나 조례를 봤을 때 허가에 문제가 없는 것 같으니 담당자와 잘 협의해 달라고 내 의사를 전했다.

철거가 끝난 마당에는 마무리 못한 폐기물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제자리걸음만 하니 체한 듯 답답한 마음이다.

쉽게 끝낼 수 있을 것 같던 이번 공사는 아무래도 길어질 것만 같다.


한쪽으로 밀어놓은 화분에 심겨있는 꽃들은 기특하게도 꽃을 피워 위로를 하는 듯하다.

해가 바뀌면서 화분이 작은 장미들을 선별해 큰 화분으로 교체해 줬더니 잎들이 풍성해진다.

덩달아 장미꽃도 풍성한 꽃들로 화답을 해주니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내려가는 듯 반갑다.

이 글을 시작한 것이 어느새 3주가 되어간다.

그럼에도 아직도 발행이 안 된 것을 보니 얼마나 넋을 놓고 살아가고 있는지 실감이 난다.

그리 바쁜 일정도 없는데 마음에는 여유가 없나 보다.

시끄러운 머릿속 일들이 정리가 되고 나면 글의 씨앗도 다시 발아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다시 글을 쓴다는 것이 낯설어지는 지금, 더위가 여름을 재촉하고 있나 보다.

핑계를 만들어 주려는 듯....

(오늘도 겨우 여섯 줄의 글을 추가하니 지친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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