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착각

by 소향

테이블 하나 마당에 덩그러니 앉아

적당히 어두운 불빛으로 감성을 포장하고

조미료 맛 우려내는 오선의 흐름 사이

일부러 붙잡은 외로움 한 조각 내려놓을 때

초대가 외출한 텅 빈 담을 넘는 것은

고단을 짊어진 감정들이 서두르는 귀가의 발소리

다시 날것으로 소환되는 거칠었던 하루 그 어디쯤

되새김질에도 거절당한 소화가 미운 것은

반응도 없이 침묵하는 밤 때문이다


소란이 지나간 자리는 다시 고요가 차오르고

포장된 감성에 살아나는 볼륨 위에는

귀뚜라미 날개 세 번째 마디에 걸린 가을

바람을 밀어 여름을 지우고 있다

별마저 숨어든 밤을 깊이 당겨놓아도

여름이 새겨놓은 풀잎에는 아직 남은 상처

가만히 눈을 감고 주문을 걸어 새살을 소환해 본다


상처는 그대로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어둠은 이미 깊은 줄도 모르고

익은 상처에 주문을 건다

어둠 속에서 눈을 감는다

그러면 되는 줄 안다

오늘도 여전히 그렇게 밤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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