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와서 램프에 감성을 넣어본다
어두운 발자국들이 무심히 골목을 빠져나가고
관심도 없는 흔적들만 거리를 서성거리고 있다
아직 퇴근을 완성하지 못한 차가운 유리문에는
앞집 강아지의 허기진 불만이 잠시 머물다 튀어나왔다
언덕을 넘은 바람이 내 달리면
이파리들의 서핑은 지난해와 다르지 않았다
다만, 대문이 열렸다 닫히는 사이로
가을 부서진 기억들이 어디론가 이동을 했다
떨어지는 하늘을 들어 올리며
그물을 완성하는 거미의 달음박질과
아직 반쯤 남은 조급함 그 어디쯤에도
놓고 간 여름의 흔적은 없었다
여름이 통보한 이별의 뒤늦은 송달에도
비워진 감정 대신 따스한 창문이 고팠다
힘 없이 캠핑의자에 주저앉아
커피 대신 아직 녹지 않은 얼음을 깨물었다
별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