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까맣게 익어가고
익지 못한 작은 틈새마다
숨죽인 햇살 한 줌
울컥, 토해 놓고는
급하게 쏟아내는 눈물
갈라진 대지 위,
바람마저 숨을 죽인 채
더위는 허물을 벗어버리고
한낮의 졸음은
숨바꼭질을 한다
처마 끝, 아쉬움처럼 매달린
낡은 연주 한 자락,
오후의 바람 빠진 예방주사처럼
혼란의 분침 사이로
공기는 남쪽 창문에
질퍽한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럴 때면
하루는 붉게 충혈된 눈길을 들어
서쪽 하늘에
살며시 무지개 한 겹 걸쳐놓는다
마치,
깨진 시간 속에
잠시 머문
사막의 신기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