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 그 의미 없음에 대하여

by 소향

어쩌다
세상은 나를 유리잔 바닥처럼 비워두고
고뇌 한 방울로 하루를 말린다

금 간 입술 사이로
억울함은 설탕처럼 눌어붙고
서러움은 목젖에 돌처럼 매달렸다
결국, 혀끝에 맺힌 말들은
썩지 못한 감정의 결정체다

경쟁은
검은 양복 입은 병처럼
모두의 심장에 침투하고
시간은 녹슨 칼날,
평등이라는 얼굴에 가면을 씌운다

조급함은
종점 없는 전철에서 내리지 못한 사람들
의자 없는 승강장에서
늘 방향은 갈대처럼 흔들린다

하품은 관성이고
목디스크는 복종의 문장이다
휘어진 척추처럼
불 꺼진 꿈 하나,
몸 안에서 울부짖는다

오늘, 여전히
가로등은 그림자보다 먼저
어둠을 품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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