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by 소향

해가 퇴근을 완성하자
빛은 제 그림자를 안고 수면에 잠겼다

손끝에 닿던 온기들이
자신의 체온을 품은 채로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불러보지 않은 이름들이
가슴에 무게를 남기고
외면한 기억은 뿌리처럼 자라
침묵을 숲으로 바꾸어놓았다

잊지 않음은 애착이 아니라
존재를 지키는 마지막 방식이 되고
기억은, 더 이상 슬픔이 아니라
시간이 허락한 유일한 증거로 머문다

언젠가 다시,
햇살은 자신이 분실한 그늘을 껴안고
눈부신 존재를 재생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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