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하나 어디쯤 구멍 난 틈으로
햇살이 쪼르르 흘러내리면
세월 품은 어느 루핑지붕아래에는
벽이 장미를 건축하고 있다
햇빛이 그림자를 성장시키면
장미는 그 끝에 붉은 망설임을 매달았다
가장자리부터 접히는 마음이
꽃잎에게 닫히며 열리는 법을 가르치도록
바람은 가지를 흔들지 못했다
가지가 바람을 가만히 지켜보았기 때문이다
대립이 아닌 수용하는 방법으로
스스로 흔들리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주 조금씩,
장미는 자신이 아닌 그쪽 벽으로 기울었다
아무 말 없었지만
벽은 끌어당기는 방법으로
장미를 한해 한해 건축해 왔기 때문이다
누가 먼저 마음을 풀었는지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서로를 닮아가는 시간 앞에
이름 따위는 의미 없었으니
저녁이 와도
장미는 여전히 피는 중이다
다 핀 듯 보였지만
안쪽 깊숙한 여백에는
아직 문장이 되지 못한 감정이
내일을 준비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