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

by 소향

금속이 날숨을 쉰다
햇살은, 갈라진 금속의 틈 속으로 들어가
내면의 빛을 쏟아내며
흐릿한 불안을 가두기라도 하듯
그 틈새에서 별들이 밀려 나오려 하고,
너와 나는 그 사이를 지나며, 공허함을 움켜잡는다
휘어진 선은,
차갑게 끊어지며 우리 몸을 베어낸다
우리의 손끝은
텅 빈 공간을 움켜잡고,
시간을 거스르려 애쓰는 듯 피로에 갇혀
빛은 이제 그 자체로 불안이다


내 눈 속의 모든 순간이 깨지지 않고 쌓인다
바닥에 떨어진 시선의 파편들은,
깨지지 않은 채,
내 안의 고요한 절망 속으로 밀려든다.
마치 삶이 길게 이어지는 불완전한 조각들처럼
그 안에서, 우리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조금씩 저물어 가는 빛 속으로 휘어진다
그러나, 누군가는 울고, 누군가는 숨을 쉰다
내 손끝이 휘어지며,
살아 있는 고통을 흘려보낸다


바람을 집어삼킬 때,
몸은 차갑고,
피부 속에선 어딘가가 부서지는 듯하다
내 안에서 시간은 부서지고, 기억은 흩어진다
세상의 빈자리가 내 안에서 무너져 내린다
소리 없는 존재들이
내 몸을 지나가며
나의 고백을 삼킨다
그 안에서,
이내 사라져 버린 모든 것들이
내 가슴속에서 부서지고 있다


빛은 더 이상 물리적이지 않다
그것은 내 피부 속에서 끓어오르는 기억처럼
날카롭고 뜨겁게 내 안에서 쪼개진다
손끝을 스치며,
그 고통 속에서
시간의 궤도가 파괴된다
우리는 거기서,
우리가 존재하지 않음을 깨닫기 전에

이미 지나가 버린다


거기서, 존재의 마지막은
세밀한 잉크 자국으로 물든다
한 줄의 시선, 그 아래
우리는 그저 떨어져 나간 조각들처럼
너와 나는 서로를 느끼며
끝없이 이어지는 감정의 사슬 속에서 멀어져 간다
모든 것이 끊어지고
다시 원래의 틀로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 속에서 서로를 다시 붙잡으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은,
이미 지나가 버린 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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