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그리워하는 이유

by 소향

렌즈에 금 간 하늘이
빛의 알약을 삼킨다
구름은 폐막 직전의 커튼
빛줄기는 눌린 필름의
상처를 되감고 있다

손등을 지난 바람이
책갈피처럼 가지를 넘기고
목련은 제봉선을
다시 뜯어 엮고
흰 잎마다 누군가의 유서를 심는다

참새가 벗겨낸 음표
낡은 담벼락에 기대어
소리를 묻고 간다
그 조율을 따라
지워진 울음을 다시 암기한다

우리가 봄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한 줄의 문장이 되기 위해
계절이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몸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잎맥은 흙의 수화
한 번 접힌 의미가
빛 속에서 펴지는 순간
우리는 다시 쓰여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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