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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혁진 Aug 04. 2017

여유는 즐기고 조급함은 조절하고

초보 1인기업가의 단상 #2

월요병이 뭐더라...

회사를 떠난 후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바로 '여유로움'을 즐기는 자세를 갖는 것이었다. 월요병 같은 건 없다. 되려 날짜 개념도 요일 개념이 없어진다. 회사에 다닐 때에는 주말만 오매불방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는 오히려 주말이 달갑지 않다. 길거리에 사람도 많고 일을 해야 하는 카페에도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한적히 일 할 수 있는 평일이 더 좋다.


출퇴근길 교통체증은 이제 남 말이 되었다.


회사를 나오면 당연히 출근도 퇴근도 하지 않는다.(유후~) 가급적 오전 출근 시간 이후에 일정을 시작한다. 그리고 별도의 저녁 약속이 없으면 퇴근 시간 이전에 귀가하려 한다. 내 마음대로 출퇴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대신 하루 24시간을 오롯이 나 스스로 결정하고 계획하고 움직여야 한다. 자유에 대한 책임이 뒤따른다는 이야기다. 몇시부터 일을 시작해서 언제 끝낼 것인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지, 전부 다 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누구도 오라 가라 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밥 사주고 커피 사주신다고 불러주시면 감사히 그리고 최대한 빠르게 달려갑니다. 제 핸드폰 번호는 010-689....)


뭘 해야 하지? 

때로는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막연한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퇴사 후 직장 동료, 주변 친구들을 만날 때면 묻곤 한다. 


아침에 늦잠 자게 되지 않아?

회사를 나오면 뭘 해야 할지 모를 것 같은데.. 뭔가 할 일이 있어?


직장에 다닐 때와는 달리 혼자만의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의레 생겨날 질문일 것이다. 직장에 다닐 때는 점심시간 후 5분만 늦게 사무실에 들어가도 그 짧은 시간의 휴식(또는 멍때림)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는 5분이 아닌 50분을 카페에서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장에서와는 다른, 그 반대의 상황이 되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가끔 부동산 대박이나 로또 당첨으로 큰 부를 얻은 사람들이 파국으로 치닫았더라는 류의 얘기들을 듣곤 한다. 늘 동경했던 하지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부를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해 안좋은 결과를 맞이 했다는 것이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직장에서는 늘 원하던 짤막했던 낮 시간의 자유가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내 앞에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 자유의 거대함이 때로는 집채만큼 커져 나를 집어삼킬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시간은 많고, 할 일은 더 많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자유, 여유로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그리 겁낼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난 지금 할일이 너무 많다. 시간이 부족하다. 다행히도 난 그동안 나만의 시간관리를 위해 여러방면으로 노력해왔다. 고등학교 때는 흔히들 말하는 다이어리를 썼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프랭클린 플래너를 7년정도 썼다. 그리고 입사 후부터는 구글캘린더에 내 모든 일정을 기입하고 있다. 단순히 일정을 기입하는 용도가 아니라 업무들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관리하며 스케쥴을 관리하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내 구글 캘린더는 약 한달간의 점심/저녁 일정 그리고 그 사이에 해야할 일정들로 빼곡하게 차 있다. 이러한 연습 덕분인지 나에게 자유는 감당하지 못할 '갑작스런 부'가 아니라 내가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투자금'으로 나타난 느낌이다. 


구글캘린더에 알록달록 채워진 8월 첫주 일정들


더불어 '조급함'도 조금은 미뤄두려고 한다. 퇴사 직후, '최소한 6월 한달은 나를 정비하는 시간으로 보내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갑자기 주어진 강의 기회를 위해 7월 한달을 전주를 다녀온 탓에 여유가 없어졌다. 그리고 이제 막 8월이 되었고 이번 한달 간을 자기 정비의 기간으로 가지고자 한다. 그러나 하루 빨리 무언가를 이루어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은 그 '조급함'을 꾸역꾸역 뒤로 미뤄두고 있는 중이다.


난 이제 막 1인기업가 생활을 시작한, 그야말로 초보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기 위해 조금 더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역시 실행이다. (제가 밥과 커피를 얻어 먹을 수 있는 실행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실 분을 찾습니다. 제 핸드폰 번호는 010-689....) 아무리 많은 계획을 치밀하게 세운다 하더라도 결국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그 계획마저 무의미하게 된다. 여유로움을 즐기고 동시에 조급함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 1인기업가란 그런 사람인 것 같다.  


2017.6.15 첫 기록

2017.8.4 기록 수정




강혁진

카드회사에서 SNS채널 기획과 운영, 디지털 광고 캠페인 전략 수립과 실행, 신규사업의 마케팅 수립 그리고 전사 전략 및 비전 수립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현재는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를 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개인과 기업의 전략수립과 문제 해결을 돕는 레고 시리어스 플레이 워크샵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을 위한 마케팅 교육과 강의를 본격적으로 해보고자 7년반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퇴사했다.


- 마케팅 전문 팟캐스트 '마케팅 어벤저스'

 ㅇ 팟캐스트 들으러 가기: www.podbbang.com/ch/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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