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어떻게 위선을 판단하는가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 감독직을 강력하게 부인했지만 불과 며칠만에 입장을 번복하고 이를 수락하여 팬들과 선수들에게 큰 배신감을 주었습니다. 이전에 아마노 준이라는 일본 선수가 울산과 재계약을 하지 않자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사례가 있어서 사람들의 반감이 더욱 큽니다. 회사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이 된 A는 평소 ‘우리', '원팀', '하나', '진정성' 같은 단어를 팀원들에게 자주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그의 말과 태도에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를 신뢰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자신의 이익이나 인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느낄 수 있는 일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은 그를 위선적이라고 판단했고, 신뢰를 잃었습니다. 결국 그는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려워져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할 때 ‘위선’이라고 말합니다. <Hypocritical flip-flop, or courageous evolution? When leaders change their moral minds>라는 연구에 따르면, 리더가 도덕적 입장을 번복할 때, 실용적 입장을 번복하는 것보다 더 위선적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도덕성만이 전부일까요?
최근에 읽은 <The Surprising Role of … Surprise … in Hypocrisy>라는 아티클에서는 사람들은 도덕적 입장을 어길 때뿐만 아니라 기대치를 어겼을 때(한 마디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때)도 다른 사람을 위선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입장에 대해 확신을 표현할수록, 그 입장을 번복할 경우 더 위선적이라고 여긴다는 것입니다. 켈로그 대학의 티니 교수와 동료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이론을 테스트했습니다.
첫 번째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은 코디라는 남자가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 이후 코디가 사형 제도를 찬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번복하였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의 사형 제도 반대 이유가 도덕적 이유(사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함)라고 생각한 참가자들은 실용적 이유(사형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함)라고 생각한 참가자들보다 위선을 더 심하게 평가했고, 그의 행동에 더 놀랐습니다. 이는 놀라움이 도덕적 위선을 특히 나쁘게 보는 이유의 중요한 요소임을 시사합니다.
두번째 실험에서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강력하게 옹호한 남자와 모호한 남자가 결국 파티에서 초콜릿이 아닌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제공하는 상황을 설정했습니다. 사람들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강력하게 주장한 남자에게 더 위선적으로 여겼습니다. 확신을 표현할수록 더 위선을 느낀 것입니다.
연구진은 반대로 변화 가능성을 인식한다면 놀라움이 줄어들어 덜 위선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가설을 설정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도덕적 신념이 자주 변하는 역사적(허구의) 문화를 설명하고, 그런 문화 속에서 한 사람이 도덕적 신념을 어기는 이야기를 읽게 했습니다. 예상대로 참가자들은 도덕적 태도가 매우 변하기 쉬운 것으로 믿었을 때, 그 사람의 모순적인 행동을 덜 위선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마지막 연구에서는 사형에 반대하는 사람이 투표투표 전에 사형을 지지하는 연설을 듣고 의견을 번고하는 상황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추가 맥락에서 참가자들은 그 남자를 덜 위선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는 도덕적 위반의 놀라움을 줄이면 위선 평가도 줄어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결과를 통해, 도덕성뿐만 아니라 확신의 강도가 위선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누군가를 판단하기 전에 그들이 정말로 위선자인지, 아니면 그들의 행동에 놀랐는지, 혹시 나의 사전 정보가 부족했던 것은 아닌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CEO, 리더 또는 유명인의 의사결정의 맥락을 다 알지 못하고 그를 위선적이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계속해서 입장을 번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의 위선적 행동에 익숙해져 더 이상 놀라지 않기 때문에 덜 위선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들을 관대하게 대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홍명보 감독의 사례는 리더의 일관된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증명한 예입니다. 저 역시 리더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관성에 신경을 쓰게 됩니다. 사람들에게 멋있게 보이려는 욕심에 지키지 못할 말을 하는 것을 경계합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대부분의 경우에 더 좋다는 것을 자주 느낍니다. 특히 불확실성이 높은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확신에 차서 말하기보다는 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솔직한 입장 표현이 현명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