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목표가 아니다

by 곰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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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하트의 법칙(Goodhart's Law)을 아시나요? 경제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이 그것을 정책 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이론으로, 통화정책 분야의 석학인 찰스 굿하트 교수가 1975년에 발표했습니다.


“어떤 지표가 목표가 되는 순간, 그 지표는 더 이상 유효한 지표가 아니다.” 쉽게 말하면, 특정 지표를 목표로 삼고 그것에 집착하면 본래의 목적이 왜곡된다는 뜻입니다. 이 법칙은 경제학이나 정책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생활과 비즈니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는 한때 쥐 개체 수가 급증해 보건 문제가 심각해졌습니다. 당국은 쥐를 죽이고 꼬리를 제출하면 보상을 주겠다는 제도를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은 쥐를 죽이기보다 꼬리만 자르고 살려두는 방식으로 보상을 극대화하려 했고, 그 결과 쥐 개체 수는 오히려 더 증가했습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지표(죽은 쥐의 꼬리 수)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킨 사례입니다.


다이어트의 예도 비슷합니다. 다이어트의 진정한 목적은 '건강한 몸'입니다. 하지만 체중이라는 숫자만을 목표로 삼기 시작하면, 단식이나 탈수처럼 건강을 해치는 방식에 집착하게 됩니다. 체중은 건강을 위한 참고 지표일 뿐인데, 이 지표가 목적이 되는 순간 본래의 건강이라는 가치는 사라지고 맙니다.


사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OKR, KPI, MBO 등 성과 관리를 위해 많은 기업이 매출, 고객 수, 다운로드 수 같은 지표를 설정합니다. 이런 수치는 초기에는 사업 성장을 진단하는 데 유용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치를 맞추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 고객 만족을 해치거나 무리한 마케팅을 하게 되는 등 본질적인 경쟁력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표는 어디까지나 잘 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신호'일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옳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 때 지표는 비로소 의미를 가집니다. 지표 뒤에 숨겨진 본질적인 목적과 가치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예컨대, B2C 서비스에서는 사용자가 만족하고 가치를 느끼는 것이 핵심이며, B2B 서비스에서는 고객 기업이 실제로 비즈니스 성과를 내는 것이 진짜 목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굿하트의 법칙을 피할 수 있을까요?

첫째, 풀고자 하는 핵심 문제는 하나이더라도, 단일 지표가 아닌 복수의 지표를 조합해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만족도를 파악할 때 단순 점수뿐 아니라 이탈률, 반복 구매율, 장기 사용자 수 등을 함께 고려하면 더 입체적인 판단이 가능합니다.


둘째, 정량적 지표와 정성적 지표를 병행해 숫자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반영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 상담 품질을 평가할 때 평균 통화 시간이나 처리 건수 같은 정량적 지표에만 의존하면 상담사들이 통화를 빨리 끝내려 하거나 복잡한 문제를 회피할 수 있습니다. 대신 고객의 피드백, 재문의율 감소, 상담 태도 등에 대한 정성적 평가를 병행해야 진정한 고객 만족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셋째, 지표 설정과 평가 과정에 직원들의 참여와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예컨대 고객 이탈률을 줄이는 목표를 세울 때, 실제 고객과 접점에 있는 고객센터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합니다. 현장 감각이 반영된 지표만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고객 가치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목적 중심의 조직 문화와 의사결정 기준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표가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공감대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고객 집착(Customer Obsession)'을 핵심 가치로 삼고, 모든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고객의 관점에서 평가합니다. 이런 목적 중심의 사고방식이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이끕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지표는 옳은 일을 제대로 하고 있을 때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지표가 아니라, 지표를 통해 도달하려는 '본래의 목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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