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적 리더십 (Inclusive leadership)
최근 몇 년간 OKR은 성과관리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OKR은 Objective and Key Results의 약자로 목표를 세울 때 핵심 결과를 같이 설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구글, 아마존 등 포춘 500대 기업 중 25% 이상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목표 설정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사실 OKR은 조직성과의 달성을 위해 개인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 정량화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한다는 점에서 기존 목표관리 방식인 MBO와 큰 차이가 없게 느껴지지만 도전적인 과제 설정, 전사적인 목표의 정렬, 투명한 공유와 같이 구체적인 실행에 있어서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직원의 목표 설정부터 실행까지 모든 과정에서 리더는 코치, 조언자, 멘토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 구성원들이 조직의 사업 전략, 목표와 더불어 구성원에게 기대되는 성과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하여 조직 목표에 부합하면서도 동시에 도전적 목표를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속적인 대화, 피드백, 인정을 통해 목표 달성에 필요한 자원이나 조언을 제공하고 동기 부여해야 한다.
기존 MBO에서는 주로 연초에 목표를 설정하고 연말에 성과를 평가한다. 반면 OKR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월간, 분기별로 리뷰가 이루어지며, 수시 피드백을 통해 진척도를 점검하고 직원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미국의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Adobe)는 공식적으로 6주에 한 번 성과 피드백을 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매주 피드백을 진행하고 목표의 진척 상황을 논의한다. 더구나 OKR은 구성원의 목표 현황과 달성 과정, 결과, 이에 대한 상사의 피드백이 전사에 투명하게 공유한다. OKR을 내재화함으로써 조직은 상위 전략에 Align 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게 되고 투명한 공유를 통해 사일로 없이 협업을 극대화한다. 그러나 OKR을 도입한다고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OKR은 단지 제도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리더의 역할이다. OKR을 포함한 모든 성과관리제도의 키(Key)는 각 현장의 리더가 쥐고 있다.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어떤 주기로 어떻게 피드백하는지에 따라서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목표 설정을 예로 들어보자. 조직 전략과 정렬되고 되고 도전적 목표 설정을 위해서는 리더가 미션-비전-전략을 꿰뚫고 있어야 하며, 팀원에게 맥락을 충분히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만 구성원은 그러한 배경을 중심으로 목표를 세울 수 있다. 목표 설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간 피드백이다. 지속해서 관찰하고, 적절히 피드백하는 것은 결국 제도나 Tool이 아니라 현장의 리더의 노력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좋은 방법론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운영할 리더들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리더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수 있다. 많은 리더들이 피드백에 곤란을 겪는다. 피드백에 서툰 상당수의 리더는 ‘직원에게 피드백하세요'라는 말을 ‘직원의 잘못을 지적하세요'라는 말로 받아들이고 괜히 피드백했다가 직원이 나에게 반감을 가지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고민 끝에 피드백을 해줬을 때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HR 부서에서는 이러한 리더의 고충을 해결해주어야 한다. OKR로 인해 결과적으로 리더의 재량과 책임이 늘어났고 그 들을 임파워먼트 시켜주어야 한다.
그러면 리더는 어떤 준비를 할까? 가장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OKR에서는 한 달이나 분기 등 피드백 빈도를 정해놓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최소한의 개념일 뿐이다. 리더와 구성원이 자연스럽게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게 된다면 형식상의 주기를 지킬 필요는 없어질 뿐 아니라 성과관리에도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최근 리더십 연구에서는 포용적 리더십(inclusive leadership)이 주목을 받고 있다. 포용적 리더십은 리더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 관계에서 개방적이고(openness), 접근 가능하며(accessibility), 가용성(availability)을 보이는 리더의 포용적인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있다. 포용적 리더는 구성원의 다양한 생각들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며,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등의 포용적 행동을 실행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업무방식이 있어도 생각과 태도가 전혀 다른 구성원들을 조직에 참여할 수 있게 독려하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리더에게는 구성원이 쉽게 다가갈 수 있고 리더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여 긍정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리더십에 대한 개념이 리더 한 사람의 특성이나 행동과 관련해서 보는 관점에서 관계의 시스템으로 인식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이 리더 중심의 사고방식에 기초해 리더의 인성과 능력, 그리고 행동 스타일 등에 초점을 두었지만, 포용적 리더십은 팔로워에 초점을 두는 리더십 이론이다. 실제로 포용적 리더십의 성공 여부에 대한 평가는 리더가 얼마나 팔로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달성하는가에 달려있다. 포용적 리더십 연구의 선구자인 에드윈 홀랜더(Edwin P. Hollander) 교수는 포용적 리더십의 성패는 리더와 팔로워의 관계가 상호 간 존경, 인정, 책임이 따르는지 여부에 달려있다고 하였다.
포용적 리더는 구성원들이 가치 있게 여겨진다는 인식을 줌으로써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을 제공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대인관계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타인에게 약한 모습(실패, 멍청한 대답 등)을 보여도 괜찮다고 여기는 감정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나 사고 쳤다"라고 말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기꺼이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용기와 같다.
OKR을 위해 리더는 구성원과 대화(Conversation)하고, 피드백(Feedback)하고, 공개적으로 칭찬(Recognition)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구성원은 처음에 세운 도전적인 목표에 대해 솔직한 상황을 공개하고 이야기 나누어야 한다. 심리적 안전감이 없다면 구성원은 도전적 목표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솔직한 대화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구성원은 리더를 먼저 찾아가서 어려움을 털어놓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기보다는 형식적으로 피드백 상황에 임할 확률이 높다. 리더 역시 구성원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기존 방식대로 숙제 검사하듯 업무를 확인하게 되고 OKR의 취지는 구현되기 어려워진다.
Pixar의 창업자이자 오랜 리더인 애드윗 캐멀은 포용성을 통해 심리적 안전감을 만들어내기 위해 두 가지 노력을 해왔다. 첫 번째는 행동이다. 캐멀은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내가 저지른 실수가 뭐냐면..”. 리더가 먼저 자신이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구성원에게 오픈하는 것이다. 다수의 연구에서 리더의 솔직함과 겸손이 포용적 리더십의 중요한 선행요인으로 밝혀져 있다. 캐멀은 또 서로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 미팅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는 이런 말을 개의치 않았다. “처음 우리 영화들은 다 구렸어. 정말 별로였다고.” 사람들에게 그것이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북돋았다. 어떤 결과물도 처음에는 형편없고, 유치하고, 지루한 과정들을 겪어내며 훌륭해지기 때문이다.
현장의 리더 입장에서 구성원에게 포용성을 드러내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 첫째, 솔직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 도전적인 과제일수록 복잡성, 상호의존성이 커지기 마련이고 결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리더는 수행해야 할 과제가 얼마나 복잡하고, 불확실성 한지 말한 뒤, 그러나 팀원의 기여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한다. 결과가 오롯이 구성원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리더는 구성원의 방어 본능을 해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구성원에게 업무를 지시할 때, 해야 하는 일이 정해져 있고, 그 일을 완수해야만 하고, 목표를 달성해야만 한다고 강조하는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러한 방식이 너무 유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포용적 리더는 단순히 부드러운 리더가 아니라 공감하는 리더이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는 리더도 처음 해보는 일이 너무나 많고, 구성원의 판단과 의견이 더욱 중요하다.
리더는 “의견을 듣고 싶어요.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요? 테스트해 봅시다. 최대한 빨리 테스트해봅시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Google X의 아스트로 트렐러는 Ted Talk에서 구성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하였다. “아마도 잘 안될 거야.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자. 그렇게 함으로써 가장 빠르게 배울 수 있으니까.”
둘째, 질문과 경청으로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리더는 “당신의 의견을 듣고 싶다”,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 뒤 그 의견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상대방은 이 사람이 진정으로 경청하고 열린 마음으로 듣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구성원이 말하는 제안이 다소 불편하고 쉽게 반박할 수 있는 내용일지라도 적극적으로 경청할 때, 비로소 구성원은 포용적 리더십을 느끼고 심리적 안전감을 가질 수 있다.
질문을 할 때는 “이번 주 일어났던 일들 더 좋게 만들 수 있었던 일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했더라면 우리 직원들이 더 몰입할 수 있는지?” 더 나아지기 위한 말이 필요하다. 단순히 “우리 부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이 일에서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라고 말하면 직원들은 “우린 딱히 잘못되고 있지는 않습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셋째, 구성원의 말에 생산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프로젝트가 엄청나게 늦어지고 있습니다. 좋지 않은 결과가 예상됩니다.”라고 말한다면, 리더는 본능적으로 실망감을 감출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를 내서는 안된다. 다음번에는 그러한 사실을 들을 수 없게 만드는 길이기 때문이다. 생산적인 반응은 “사실대로 말해주어 고맙습니다. 이제 내가 어떻게 도울 수 있습니까?”이다. “어떻게 하면 정상 궤도 오를 수 있도록 보완할까"가 결국엔 모두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실패를 하면,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운 감정을 느낀다. 리더가 “그래, 이거 정말 나쁜 일인 거 알지?”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리더는 실수를 정상화하는 것을 도와야 하며,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실수를 저지른다면 코칭, 교육을 통해 더 근본적이고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책임이 있다.
OKR에서 솔직한 피드백과 대화가 빠질 때 어떤 결과가 나올까? 폭스바겐의 전 CEO 마틴 빈터콘은 직원들에게 전사 차원의 도전적 과제를 설정하였다. “단, 6주의 시간 동안 세계 수준의 설계도를 만들어라.” 그 결과는 ‘디젤 게이트'라는 큰 사고와 천문학적인 보상금이었다.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없는 도전적 과제가 이렇게 무섭다. HR은 현장의 리더가 포용적 리더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어쩌면 언젠가 현장의 리더들에게 “직원들의 피드백 요청이 너무 많아서 힘이 들어요.”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날이 올지 모르겠다. 포용적 리더와 포용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회사, 성과관리가 별도의 귀찮은 일이 아니라 일 자체임을 느끼며 자유롭게 대화가 이어지는 회사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