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지 않은 것을 그만두는 용기
대한민국이 아닌 곳에서 살면서
내가 배운 것 중에
한국에서 배울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는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고, 놓아 버리고 싶을 때, 놓아 버리는 것.. 그래도, 괜찮다' 였다.
나는 한국에서 수없이 많은 순간 지쳐 쓰러질 것 같았고,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매번 나는 그러지 못 했다.
포기하는 것도, 놓아 버리는 것도, 그것이 내가 원하는 선택일때도, 그 이후의 후폭풍은 늘 두려웠다.
맞지 않는 전공을 그만 두는 것도, 한번도 원한 적이 없는 학교였지만, 학교를 박차고 나오지 못 했다.
사회의 왜곡된 시선이 두려웠고, 나는 패배자로 치부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포기하지 못 했다.
내가 처음으로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 부터 해보고 싶던 일을 배우던 외국 생활 중에 였다.
공부하면서 '이건 나랑은 맞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왔을 때, 나는 또 그만두지 못 했다.
실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내 선택이 틀렸다고 인정해야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싫었지만 억지로 버텨내고 있을 때, 외국인 친구가 내게 얘기했다. 아니, 정확히 말해 설득했다, 나를 위해 나를..
'너는 지금 한국에 있는 것도, 한국의 사회 속에서 무언의 압박을 받는 것도 아니라고..'
내가 어떤 의무감에 무언가를 해 나가고 있는 걸, 그 친구가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순간, 참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선택이나, 내 감정에는 눈치만 살피면서 억누르고 있었단 걸 그때 조금 깨달았다.
나는 그렇게 다 참아야 하는지 알았고, 그렇게 길들여져 있다는 걸, 한국 사회에 속해 있을 때는 알지 못 했다. '그냥, 다 그렇게 사니까, 너도 그렇게 살아..'라고 나는 무언의 강요를 당하고 있었다..
그렇게 익숙하던 내게.. '여기서 그만해도 괜찮다고...'라고 내게 말을 건넨 건, 한국 사회도, 가족도, 친구도 아니었다.
먼 나라의 파란 눈으로 나를 보고있던 친구였다.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지금까지 살아 온 방식이, 내가 절대적으로 믿고 있던 것이었다 할지라도,
다른 문화, 다른 생활 속에서 그건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을..
그때부터 나는, 다른 문화, 다른 국적의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달라지려고 애썼고, 열린 마음으로 받아 들이려고 애썼다.
한국에선 많은 곳에서 참으라고 말한다.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묻는 사람은 없다, 왜 포기하냐고만 문책하듯 말한다.
원하지 않는 걸 중도에서 포기하는 법을 나는 서른이 넘어서 처음.. 먼 곳에서 배웠다.
이제 한국 사회도, 한국에 사는 우리도 좀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해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