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결핍성 빈혈입니다

오늘부터 동네 한 바퀴 걷기 시작

by 청아

9월 11일에 종합 건강 검진을 받았어요. 임신과 출산으로 원래 해야 했던 건강검진을 못했는데 작년 11월에 한번 받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모든 검사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올해는 안 받아도 될 것 같았는데 작년에 했던 검사는 보통 건강 검진하는 일정이 아니어서 연락이 왔더라고요. 건강 검진은 2년에 한 번씩 하게 되잖아요. 출산으로 인하여 제때 하지 못했던 터라 2021년에도 검사를 해보라고 연락이 온 것 같아요.


잘 되었죠.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최근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느낌이었거든요. 점검을 해봐야 하는 부분도 있어서 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코로나로 폐와 관련한 검사는 배제되었습니다.

그 부분만 빼면 위내시경도 할 수 있으니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아요. 최근 약간의 속 쓰림과 역류성 위염이 있어서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최종적인 검사 결과는 2주 이상이 걸리고, 추석 연휴로 그 이상 기다려야 했습니다.


9월 30일 드디어 건강 검진 결과가 메일로 발송이 되었습니다. 검사를 받은 지 1년 남짓이었기에 큰 문제없을 거라 생각하고 메일을 열어 봤습니다. 검사했던 모든 항목들을 체크를 하던 중 피검사 수치가 조금 낮아져 있었습니다. '이 수치가 많은 낮은 건가?' 생각하며 결과서를 보니 빈혈이 의심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현재 다른 질병은 없지만 내과적인 다른 문제가 있거나 산부인과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한번 점검을 받아보라는 거였습니다. 혹시나 해서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등원시킨 후 산부인과를 먼저 찾아갔습니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달 전부터 생리양이 많아졌고, 부정출혈이 생겼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되어 산부인과 진료를 먼저 받았습니다.

건강 검진 결과서에 표시되어 있는 피 수치를 담당 의사에게 보인 후 문제가 되는 것인지 물어봤습니다. 결과 수치를 본 의사는 "수치가 많은 낮네요. 빨리 병원으로 오시길 잘했네요. 철분제 섭취는 필수입니다." 말했습니다. 피 수치가 많은 낮은 것인지 의문이 들어 물었습니다.

"선생님, 피 수치가 9.8인데 많이 낮은 건가요?"

"네, 정상 수치가 보통 12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환자분은 10 밑으로 떨어져 있으니 많은 낮은 거죠. 철분제 섭취 3개월 동안 꾸준히 해보고 괜찮아지는지 지켜봅시다. 수치가 올라오지 않으면 다른 조치를 취해야 하니깐 일단 몸 상태 잘 체크를 해보고 이상 징후가 있으면 바로 병원으로 오세요."


그동안 피곤했던 이유가 이것이었나 봅니다. 육아를 하고 보통 10시~11시쯤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보지 못했던 드라마를 보거나 보고 싶었던 책을 읽으면 새벽 1시~2시쯤 잠을 자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잠이 부족하여 피곤하고 가끔 어지러움 증상이 있었나 생각했었는데 건강상의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빈혈은 일단 격한 운동을 하지 않아야 하고 잘 먹고 체력을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지도해보지도 않았기에 잘 먹고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철분제를 먹기 시작하는데 어지럼증이 더 심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보통 몸이 안 좋을 때 약을 먹거나 좋은 음식을 먹으면 당장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지는 기분을 느끼잖아요. 바로 플라세보 효과로 말이죠. 저는 반대로 평소에 가볍게 생각했던 증상이 약을 먹기 시작하니 더 예민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철분제를 복용할 때는 공복에 복용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빠른 흡수가 된다고 하네요. 하지만 섭취 시 속이 좋지 않을 때는 식후 복용을 해도 됩니다.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더 빠른 흡수가 된다고 합니다. 카페인이 철분 흡수를 방해해서 복용 후 1시~2시간 안에는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커피를 좋아하는데 아예 마시지 못하면 무슨 낙으로 지내야 할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섭취 방해되는 시간만 피하면 괜찮다고 합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철분제를 공복에 섭취를 하고 점심때쯤에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끊어야 하나 고민을 했지만 정신을 차릴 수 있는 각성제가 필요해서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닥을 치고 있는 체력으로는 더 이상 안될 것 같았습니다. 저질 체력인 이 상태로는 앞으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가볍게라도 걷기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부터 걷기를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빈혈에는 가볍게 하는 운동 걷기가 최적이더라고요. 아이들이 낮잠을 자는 시간을 노려봤습니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혼자 집을 나설 수 없기 때문이죠.



오후 3시 20분 집을 나왔습니다.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나뭇잎이 바닥에 많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걷기에 좋은 운동화를 신고 동네를 나선 후 5분 정도 지났는데 허벅지 뒤쪽 근육이 경직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당황스러웠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5분 만에 몸이 신호를 보내는 거였습니다.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여기에서 집으로 돌아간다면 운동을 한 것도 아니기에 조금 더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15분을 걸으니 근육이 풀려 다리가 아프지 않았습니다. 잘 걸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이 났습니다. 동네를 천천히 구경하며 걸었습니다. 전날에 비가 온 뒤라 바닥은 젖은 상태이고, 흙냄새와 나무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코로 들어왔습니다. 마스크 때문에 온전하게 냄새를 맡을 수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걸으면서 천천히 둘러보니 파릇한 나무들이 조금씩 색이 바뀌고 있었습니다. 길가에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열매로 인해 쿰쿰한 냄새도 함께 맡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집을 나선 지 20분이 지났는데 숨이 가빠오면서 눈앞이 조금씩 흐려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빈혈 증상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야가 흐려지지는 않았지만 걸을 동안 흔들리는 느낌으로 많이 걸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30분이 지나니 다리 뒤쪽이 더 당겨오기 시작했습니다. 걷기 첫날이니 이것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편도 30분 거리로 걷기 종료를 했습니다. 그래도 돌아오는 거리를 포함하면 왕복 1시간을 걸었으니 괜찮은 게 아닌가 스스로 위로를 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에 가로등 바닥 사이에 핀 꽃이 보였습니다. 민들레 한송이였습니다. 이들도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꿋꿋이 자라난 것을 보니 나도 힘을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얀색 나비 한마리가 꽃으로 날아왔어요

동네 한 바퀴를 도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도 느꼈습니다. 집과 가까운 공원에서 만난 프랜치 매리골드와 나비 한 마리, 서서히 빛이 바래거나 바뀌고 있는 나뭇잎과 수명을 다하고 땅에 떨어진 낙엽으로 가을이 왔구나! 를 느꼈습니다. 이제부터 건강하게 살기 위해 걷기 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꾸준한 걷기로 내 몸이 얼마나 바뀔지 궁금하네요. 중간에 포기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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