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속도에 맞춰 주세요
거주지 아파트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인하여 친정 부모님 집에 한 달 동안 내려와 있었습니다.
겨우 어린이집에 적응을 했는데 다시 긴 시간 동안 빠져야 해서 걱정이 됩니다.
둥이들이 언어 치료 수업을 받고 있던 터라 더 걱정이었는데 둘째인 아들은 말문이 조금 트여서 딸은 부모님 집 근처에서 언어 수업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봤습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이 감기로 심하게 아파 잠시 미뤄두었고, 건강이 호전이 되어 멀지 않은 곳으로 수업을 받았습니다.
수업 가는 길은 지하철 코스 4 정거장이었고, 처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는 길도 신기해하고, 처음 에스컬레이터도 탔습니다. 지하철이 오기를 기다려보고, 타고 내리고, 매표소도 나가보는 일도 처음 겪는 것이니 신기한 일들 투성이었을 겁니다.
지하철을 내려 수업 장소까지 가는 거리는 성인 걸음으로 5-10분 정도 걸립니다. 중간에 횡단보도를 두세 군데를 지나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은 적어도 15분이 걸리더군요. 각종 상가와 도로를 지나가는 각종 차들과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구경을 한다면 20분 정도 걸립니다. 그렇기에 오전 10시 50분 수업이면 집에서 10시에 나와 지하철 10분, 걷는 시간은 집에서 지하철, 지하철에서 수업장소까지 합치면 35분 정도 걸렸습니다. 조금이라도 수업시간에 늦으면 추가로 수업을 해주지 않기에 되도록이면 늦지 않게 도착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잘 따라와 주는 날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날도 있기에 수업시간에 맞추어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늦을 것 같은 날에 아이를 들쳐 안고 갔을 때는 집중하지 못할 때가 있어 웬만하면 이것저것 구경을 하며 가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론 5~10분 정도 늦었습니다. 센터에서 전화로 혹시 늦거나하면 자동 취소가 되니 수업 날짜 변경을 하겠냐고 했는데 그럴 땐 꼭 도착하기 1분 전이었어요. 그래서 40분 수업인데 20분만 받을 때도 있었습니다. 하루 수업료가 싼 가격이 아니기에 속상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건 엄마인 나의 생각일 뿐일 겁니다.
이번 주 수업하는 날은 둘째가 아파 병원 진료도 가야 해서 오전 시간이 너무 바빴습니다. 딸아이에게 “오늘은 늦어서 구경은 못해. 미안하지만 수업 끝나고 하자.” 라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엄마의 말을 이해했는지 짧게 “응”이라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여기저기 구경을 했습니다. 하늘도 파랗고, 흰 구름도 뭉게뭉게 있어서 아이에게 “하늘 너무 이쁘다. 봐 봐! 구름도 예쁘네. 그렇지?” 말하며 봤는데 아이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호응을 해주지 않는 딸아이에게 내심 서운하더군요. 서운하다기보다는 같이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번 더 말을 한 후 굳이 하늘을 가리켰습니다. 그때 딸아이의 머리는 뒤로 꺾이는 것을 봤습니다. ‘아! 이제 3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에게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는 것도 쉬운 것은 아니구나’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성인은 고개를 살짝만 들어도 되고, 어떨 때는 눈만 올려다보아도 보이죠. 하지만 어린아이는 몸의 중심을 잘 잡고 서서 고개를 양껏 뒤로 젖혀야 됩니다. 힘들겠죠?
우리는 어린아이였던 시기를 잊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자신의 상황만 생각하며 살아가죠.
딸아이와 수업 가는 길과 나오는 길을 다시 곱씹어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름 아이에게 맞추면서 다녔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하더이다.
아이의 걸음을 생각해서 조금 더 여유롭게 길을 나서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날도 있었고, 천천히 구경을 하며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구경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이제 그만 가자.”라는 말도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춰 걸었다고 했지만 잡고 있던 손을 몇 번이고 당긴 기억도 떠올렸습니다. 이렇듯 우리는 나름 배려했다고 생각했지만 그저 자신이 편한 대로 생각했다는 것을 딸아이를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 시선의 위치에서 생각을 하고, 아이의 속도에 잘 맞추는 법을 다시 공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