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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아 Jul 15. 2020

2부 #10 나도 모르게 베란다에 앉아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엄마, 뭐해?”

“음..... 그냥 앉아 있어.”

“그게 뭐야?”

“하늘 보고 있어. 너도 같이 볼래?”


아직 말도 못 하는 아이가 내게 건네는 말들입니다. 말은 못 하지만 엄마의 모습이 이상한가 봅니다. 첫째는 그저 옆으로 와서 같이 하늘을 10초 정도 봐줍니다. 둘째는 “엄마, 그럴 시간 없어. 그냥 나 안아줘.” 라며 정신을 쏙 빼놓습니다.

쌍둥이라서 잠깐 동안에는 둘이 같이 놀아요. 이때는 엄마도 옆에 있다는 것만 느끼게 해 주면 굳이 같이 놀이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럴 때 잠깐 핸드폰을 보거나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도 합니다. 대신 책을 보지 못한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 그날도 언젠가는 오겠죠.

남편과 같이 육아를 하는데도 아이들은 엄마에게로 돌진합니다. 돌 기점으로 엄마 껌딱지가 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들도 그렇네요. 남편의 육아휴직이 끝나고 6월부터 독박 육아 중인데 없는 기력이 마이너스가 될 정도로 쭉쭉 빠지고 있습니다. 이토록 육아가 힘드니 ‘애 볼래, 일하러 갈래?’라는 말이 그냥 나오는 말이 아닌 거죠.

출산을 하고는 몸도 마음도 한없이 힘이 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기는커녕 더 힘이 듭니다. 육아를 아무리 같이 해도 엄마만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죠. 엄마와 아빠 모두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왜 엄마에게만 유독 달라붙는 걸까요? 엄마 배속에 있어서 자연히 엄마 냄새를 아는 걸까요? 아님 엄마가 풍기는 기운, 느낌들이 아빠와는 다른 뭔가가 있는 걸까요?

하루 종일 겨우 ‘엄마’라고 말을 하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아이들을 위해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물을 원할 때 “OO야 물 마시고 싶어?” “자~엄마가 물을 줄게요.” “물 맛있어? 시원하니?” 메아리처럼 내 목소리만 돌아올 뿐입니다.

남편이 집에 와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저 아이들이 엄마에게 붙어 있는 게 왠지 안도를 하는 느낌입니다. 남편에게 시시콜콜한 얘기를 하면 좋겠지만 쓸데없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마음 털어놓을 곳이 없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들어 자꾸 나도 모르게 베란다에 앉아 하늘을 보게 됩니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작가 by크리밍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저 하늘을 보는 것이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머리를 비우는데도 효과적입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할 때 의식 같은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답답한 마음에 바람을 넣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베란다 문을 열면 시원한 바람이 얼굴을 훑으면 눈이 잠시 감기면서 다른 생각을 안 하게 됩니다. 그 바람이 얼굴을 간지럽히는 순간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안 좋은 느낌으로 그려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을 다시 해보니 베란다라는 장소가 위로의 장소네요.

물건을 정리해두는 공간이기도 하고, 화분을 키우는 작은 정원으로 많이들 사용을 하는데 요즘은 베란다를 카페처럼 예쁘게 바꾸어 사용하기도 하죠. 집의 평수를 늘릴 수 없으니 베란다를 예쁘게 꾸미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았을 때는 예쁘게 꾸미지는 않았지만 잠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이용을 하곤 했습니다. 지금은 부족한 공간 때문에 창고로 변모하였지만 작은 소파 하나로 그곳에 앉아 창 너머의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 또한 아이들의 안전으로 깨어있지 않을 때만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나의 공간이 거의 없어지고 아이들의 공간으로 바뀌니 갈 곳을 잃은 느낌입니다. 아직까지는 마음껏 밖에 나가지도 친구를 만나지도 못하고 있어 더 우울한 마음들이 자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순간들도 언젠가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될 겁니다.  그때까지 지금의 나와 잘 지내야 함을 크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들은 이렇게 엄마 껌딱지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떠나가는 날이 반드시 올 테죠. 아빠에게로 옮겨 갈 수도 있고, 친구가 생기면 그쪽으로 갈 것입니다. 또 그때가 오면 나는 배신감이 들지도 모를 일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상황에 따라 변하니 나중의 나의 마음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그것 또한 조금씩 조금씩 나도 모르게 진행이 되겠죠. 그때가 되면 섭섭한 마음보다 기쁨 마음이 더 많이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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