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아 Oct 19. 2020

2부 #13 엄마가 아프면 안 되는 이유

양육자의 부담감 하나

출산을 하면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것은 속설 중 하나인가 봅니다. 나는 임신을 하기 전에도 생리통으로 고생을 했었습니다. 특별히 자궁에 혹이 없었어도 통증은 늘 나와 함께였습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있었던 통증, 진통제 외에는 특별한 약도 없기도 합니다. 자궁내막증이나 자궁근종이라는 병명이 있다면 치료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그것조차 없을 때는 진통제와 온갖 민간요법으로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야 합니다.


20대까지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서 체질인 것 같다는 말만 들었는데, 30대에 접어들고 결혼 후 이런저런 일들을 겪은 후 그동안의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혹으로 나에게 왔습니다. 혹이 생겨도 의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크기가 아니면 특별한 조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음식 조절과 스트레스 조절을 잘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기도 합니다.


생리가 시작되면 하루 이틀은 진통제가 없으면 아예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임신하기 전에는 한차례 근종 제거 수술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잠깐의 꿈같은 시간이 지나고 어김없이 통증이 다시 나에게로 왔습니다. 임신하고 있을 당시에도 자궁근종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보통 출산할 때 제거도 해준다는 말도 있던데 쌍둥이 출산 만으로도 힘겨운 시간들이기에 근종은 여전히 내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들을 케어해야 하는 사람이 생리통 때문에 정신이 오락가락한다면 어쩌겠습니까.


3개월 동안 친정집에 잠깐 있었는데 아이들을 봐주는 사람이 여럿이 있어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아이들을 봐야 하는 시간이 왔습니다. 누구에게도 기댈 수 있는 곳이 없기에 필사적으로 견뎌내야 하죠.


처음엔 그럭저럭 진통제를 복용하면서 견뎌냈습니다. 매달 찾아오는 생리와 통증은 매번 나를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다 결국 9월에는 와장창 무너졌습니다. 웬일인지 진통제 효과가 없는 것입니다. 약도 소용없는 통증이라는 건가. 치료가 정말 안 되는 것일까. 독박 육아 중인데 몸이 안 좋아 아이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데 어쩌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생리통이 있을 때마다 타이레놀 진통제를 먹었는데 이 날은 한 번에 2~3알을 털어 넣었는데도 한동안 배 통증으로 정신이 혼미했습니다. 그리곤 아이들이 잘 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잠시 누웠습니다. 잠깐 눈을 감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1시간이나 잠이 들었던 겁니다.

다행히 집에는 아이들이 손을 대어도 다치는 물건들을 미리 다 치워놓았기에 큰 일은 없었습니다.

남편이라도 집에 있었다면 제가 잠시 잠이 들었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양육자이자 보호자인 사람이 한 명 밖에 없다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랬기에 눈을 뜨고 잠시 가슴을 쓸어내렸던 날이었습니다.


누가 봤으면 아이들을 방치한 엄마로 오인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엄마가 아프면 안 되는 이유 한 가지입니다. 또한 양육자로서의 부담감 하나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아프면 아이들을 제때 보호할 수 없는 것이 되겠죠. 그러니 엄마가 아프면 안 되는 것입니다. 엄마가 처음인 엄마는 내 마음대로 아플 수 없는 상황을 처음 접하고 서글펐네요. 이러면서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거겠죠. 다음에는 이런일이 없도록 건강에 신경을 써야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부 #10 나도 모르게 베란다에 앉아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