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과 진실 사이에서

소리 없는 소문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by 청아

소문은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이다.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수많은 소문을 듣고 산다.

'누가 그랬다더라.'

보통 소문들을 들으면 대부분 한 귀로 듣고 흘리기 십상이다. 소문은 좋은 것과 나쁜 것이 공존한다. 좋은 소문은 맛있는 음식점, 분위기 좋은 카페 등으로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나쁜 소문은 대부분 험담으로 시작해서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우리는 좋은 소문이든 나쁜 소문이든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말을 한다. 소문이 진실인지 아닌지 상관없다. 그저 지나가는 농담 같은 것이고, 하나의 이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의 대상이 나 자신, 당사자가 되면 말이 달라진다.

20대 한참 열심히 일을 하며 경력이 쌓여가고 있을 때였다. 거래처에 외근을 자주 다니지만 운전을 그 당시에는 못해서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했었다. 단점은 시간이 걸리고, 혹여 자료를 받으면 혼자 들고 다니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래서 사무장과 자주 외근을 다녔다. 관공서, 거래처로 같이 많이 다녔었다.

자주 다니다 보면 점심시간에 걸리기도 한다. 사무장과 외근을 나간 후 거래처 담당자, 사장님과의 식사 자리도 있지만 둘이서 밥을 먹을 때도 있다.

어느 날, 친한 언니가 내게 요즘 회계사무실 쪽으로 도는 소문이 있다고 했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어떤 소문인지 물었다. 그런데 언니의 말을 듣고 속상했다.

“요즘 우리 쪽 업계에서 도는 소문 있는데, 대상이 너더라. 지금도 사무장과 외근 다니니?”

“내가 차도 없고 운전을 못하니깐 거래처 자료 받으러 다닐 때 같이 나가지. 왜요, 언니? 나에 대해 무슨 소문이길래 그래.”

“너 들으면 기분 나쁘니깐 그냥 사무장과 자주 같이 다니지 마.”

“언니, 어떤 상황인 줄 알잖아. 무슨 일인데?”

“너 사무장과 가까운 사이라고 소문이 났어.”

“무슨 소리야, 사무장 결혼도 했고 애도 있잖아. 어이가 없네.”

생각을 해보니 사무장과 사이가 좋았는데 그게 어느새 애인 사이인 것처럼 소문이 난 것이었다.

나는 남자 친구가 있는 상황이었고, 사무장도 유부남인 데다 자식도 있는데 그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이 황당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사무장이 아내와 최근에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외근뿐만 아니라 저녁에도 전달할 사항이 있거나 거래처 전화를 받았거나 하면 전화통화를 할 경우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그런 부분들이 오해를 샀나 보다.

그런 소문을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는 언니에게 왜 그런 소문이 돌았는지 궁금해했는데, 예전에는 회계사무실 사내 커플들도 생겼다고 하고, 가끔 안 좋은 일들도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도 대충 이야기를 듣고 ‘아~~ 정말, 그런가. 그 여직원이랑 사이좋아 보이더니 세컨드인가?’라고 쉽게 가십거리로 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3년~2014년도에 다녔던 사무실에서의 일이었다. 여직원 평균 나이가 30살 안팎이었다. 젊은 피가 흐르는 사무실이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적어도 7살 정도 차이가 났었고, 막내와는 10살 넘게 차이가 났었다. 70년대 언니가 90년대 동생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리기도 했다. 회계사무실은 일을 하는 방식이 팀별로 하는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하는 방식이다. 사람마다 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면 한동안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일은 각자 하지만 마감일이 있는 일이기에 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사무실 직원이 같이 마무리를 한다. 사무실에서 제일 늦게 마감을 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전 담당자가 맡았던 거래처들이 하나같이 일명 거지 같은 곳들이었다. 어떤 거래처는 모든 것을 까다롭게 점검을 하고, 어떤 거래처는 자료도 제일 늦게 보내면서 마감은 일찍 해주기를 바라는 곳도 있었다. 사무실에서 블랙리스트 거래처였던 것이다. 심호흡을 연신 해가면서 성질을 참고, 또 참아내며 일을 했었다. 그래서 여기 사무실에서도 별명이 심보살이었다. 거래처에 대해서 파악을 한 후 나의 방식대로 이끌어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결국 블랙리스트 거래처들이 화이트리스트로 만들었다. 사무실에서 그것이 소문이 났고, 대표님이 알게 된 후 새로운 거래처가 생기거나 까다로운 거래처들은 내가 주로 맡기도 했었다. 그렇다 보니 다른 직원들보다 일 마감일이 늦는 경우가 많았다. 보통 일을 모두 마감을 하고 직원 회식을 하기도 하는데 나 때문에 미뤄지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나는 어린 직원들과 큰 트러블이 없었다. 어차피 개인플레이하는 일이라서 기본적인 예의만 지켜준다면 뭐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편하려고 하는 것이지만 안 그런 사람이 많다. 아마 많은 선배들은 안 그런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선배였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무실 고참 직원 중 한 명이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사람이었다. K 직원이다. 90년대생 직원들은 우리보다 훨씬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는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가끔 K의 하소연을 들어주곤 했었다. 내가 해결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수다로 털어버리도록 도와줄 뿐이었고, 마음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내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6개월 정도 지났었던 것 같다. K가 퇴사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개인사가 있나? 후배 직원들과 결국엔 일이 틀어졌나? 민감한 사항이니 물어보지 못했다. 퇴사하게 된 이유는 그 직원이 퇴사 후 한참 지나서였다.

주변에서도 왜 갑자기 퇴사를 하게 되는지 몰랐던 것 같다. 그나마 그 직원과 친했던 나에게 이유를 물어보고는 했었다. 나도 모르기 때문에 전할 말이 없기도 했다. 자꾸 물어보니깐 이상하게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물어보게 되었는데 황당한 이유이기도 했고, 화가 나는 일이기도 했다.

첫 번째 이유는 거래처에서 무리한 요구를 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개인적인 일까지 해달라고 해서 거절을 했는데 요구한 일을 해주지 않았다고 회계사님께 컴플레인을 걸었다고 한다.

두 번째 이유는 후배 직원들과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같은 사무실에 있었는데도 후배 직원들과의 트러블을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라고 생각하고 넘겼던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생각보다 많은 트러블이 있었다고 한다. 서로 말다툼을 하거나 한 적이 없었기에 몰랐었다.

마지막 세 번째 이유는 전무님 때문이었다고 한다. 사무실 전체 회식을 했던 날 모두 헤어지고 난 후 마지막에 전무님이 이야기할 것이 있다고 해서 남았다고 한다. 일적으로 당부할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뜬금없이 이상한 이야기를 하더란다. 성적인 농담을 했는데 농담이 아닌 진심으로 했다는 거다. 너무 당황스러워 그 자리를 바로 박차고 일어났다고 한다. 다음날 전무님이 사과를 할 줄 알았는데 그냥 재미난 농담을 했을 뿐이니 크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가 컸던 것도 있고, 기분이 너무 나빠서 대표에게 전무와의 일을 말했는데 그냥 가볍게 넘어가라고 했다는 거다. 그 사무실에서 전무님의 역할이 꽤 컸기에 웬만한 일은 하나의 해프닝으로 넘겼던 것 같다. 그래서 퇴사를 최종 결정을 했다는 거다. 모든 이유를 듣고 난 후 나는 K에게 사과를 했다. 그냥 나라도 사과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전무님이 가끔 성적인 농담을 하고는 했었지만 면전에 대고 바로 반응을 했기에 나에게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대충은 짐작했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여직원은 어떤지 알고 싶어 졌다. K 뿐만 아니라 전무님 거래처 장부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들은 한 번씩 겪는 일이라고 한다. 어떤 날은 사무실 직원들이 앉아 있는데 지나가면서 어깨나 등 쪽을 살짝씩 만진다는 거다. 아무도 모르게 당하는 당사자만 느낄 수 있을 정도의 터치라고 한다. 나는 너무 놀랬다. 처음엔 많이 당황했었다고 한다. 왜 지금까지 가만히 있냐고 물으니 ‘내가 공론화하면 발뺌을 할게 뻔하고 결국엔 나만 회사를 그만두게 되잖아요. 안 그래도 소문이 빨리 퍼지는 우리 쪽인데 다른 데 가서 이상한 소문이 나면 다른 회사로 이직도 못해요.’라고 하더라. 슬픈 현실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난 후 혹여 기분 나쁜 일을 당할까 한번 더 주위를 보게 되었다. 후배가 결재 서류를 들고 들어갔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면 한 번씩 노크를 하여 확인을 하곤 했었다. 진짜 큰일이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는 일 중 하나이다.


소문은 왜 그리 발이 빠르고 멀리도 갈까.

소리 없는 소문이라지만 정말 소리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소리쳐봤지만 힘센 강자에게 강제 음소거당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 표지 그림 출처(네이버 그라폴리오 by 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