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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날의마음 Dec 19. 2024

창고 대방출을 준비하며

묵혀둔 글을 어떻게 할까 생각 중입니다^^

지인이 내년에 출판을 한단다. 원고를 쓰느라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데, 벌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다된 양 어깨가 귀에 맞닿아있다. 자존감이 그렇게 높은 것일까, 자신에 대한 어설픈 과대평가일까. 어찌 됐든 대단하다. 나도 좀 닮았으면 싶을 만큼. 미래의 작가님께 축하한다고 인사를 건네면서도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오늘은 재활용 쓰레기 버리는 날. 비닐은 비닐끼리,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끼리, 종이는 종이끼리. 한 번만 쓰고 버리면 아까우니까 꼼꼼히 분류해 쓰레기장에 들고 내려갔다. 주부들이 분주히 모여 있었다. 무엇이든 세상에 나온 이상, 어딘가에서 또다시 잘 쓰인다면 좋겠지. 그렇게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오다가.  


코끝이 차가워진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나의 글을 생각했다. 내게는 묵혀둔 원고가 있다. 더 좋은 글을 써보겠다고, 가치 있는 책을 만들어보겠다며 애썼으나 결국엔 역부족. 음, 노트북 어느 구석에 처박혀 있을까. 누구는 없는 글도 만들어서 책을 내고, 쓰레기도 재활용 한다는데 도대체 내 글은 뭐람? 글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인 양 가엾고 안쓰러워졌다.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물이 세상 빛 한번 못 쬐어보고 휴지통으로 직행하는 진짜 쓰레기 신세가 될 것인가.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나는 많이 움츠러들었다. 몇 번의 장례식을 치렀고 수술도 했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됐다. 뒤늦게 제대로 쓴맛을 본 후, 예전보다 웃음도 말수도 줄었다. E와 I의 중간쯤이던 성격도 어느새 심하게 차분한 답답이 내향인이 되었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라고 주문을 외우며 깊은 창고 속에 들어앉아 있는 것만 같다. 좀 더 적극적으로 글도 쓰고 내보이기도 했어야 했는데. 그러기엔 그저 사는 것이 버거웠을까. 그렇게 세월이 갔고 그러다가 늙어버렸다. 


이제라도 마음의 빗장을 풀고, 먼지 앉은 글에 한 번쯤 햇살을 느끼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드커버를 한 멋진 책이 아니면 어떤가. 어떤 형태든 누군가와 생각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중요하겠지. 또한 그렇게라도 나의 지나간 시간과 노력에 대해서도 예의를 표하고 싶다. 글도 나이를 먹으니 쓰면 제때제때 발표도 하고 책으로 묶으라고 누군가 충고해 주던 일도 떠오른다. 그들의 말도 좀 잘 들을 것을.   


한 해의 끝자락에서 모처럼 큰 맘을 먹어봤는데. 24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았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날아가는 것이 맞다. 그것도 훨훨~.  늦은 것은 확실하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 뭔가 궁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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