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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Apr 04. 2020

92. 그림자 2

아침에 조깅을 했다. 한강 공원에서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길을 두 발로 뛰려니 힘겨웠다. 몸은 무겁고 속도는 느렸다. 숨이 차 금세 몸에 열이 났다. 처음엔 앞을 보고 뛰었다. 저기까지 뛰고 잠깐 쉬어야지, 생각했다. 그걸 혼자 나눈 구간별로 반복하다가 지쳤다. 그래서 땅만 보고 달렸다. 내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는 길어서 나보다 조금 더 앞에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땅 위에 진 내 그림자를 보고 달렸다. 그러 목표지점만 바라볼 때보다 더 빨리 도착하는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지 숨도 덜 찼다. 생각했다. 삶에서 나보다 조금 앞에 있는 이 그림자를 보며 나아가야겠다고. 목표 지점만 보면서 얼마큼 왔나, 아직 멀었나 생각지 말고 당장 내 앞의 것에 집중하자고 말이다. 방향만 맞다면 곧 닿을 테니까.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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