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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Dec 29. 2019

3. 안전장치

어제오늘 함께 대구여행을 간 친구가 말했다. 나는 너에게 가장 힘든 순간에 기댈 수 있는 '안전장치'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라고. 그저 고마울 따름. 고작 내게 그런 크고 따뜻한 마음을 품어줬다는 게. 그 한마디는, 자꾸만 무너져가는 내면을 숨기려 스스로를 고립시켜왔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불행을 말해도 돼."


'불행을 말해도 될까요?' 작가 은유의 칼럼 제목이다. 은유는 글에서 서로 불행을 말하는 관계야말로 약한 존재가 기대어 사는 방법이라 말한다. 난 이제껏 어떤 어려움에도 홀로 서는 강인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성장할수록 진정 단단한 이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고 또 어깨를 내주며 삶을 살아내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나 또한 인간이므로.


올 한 해 내 일기장에 자주 쓰인 부사어는 '그렇구나'였다. 즉, 받아들이는 일. 나 역시 누군가의 말과 눈빛에 쉬이 상처 받고, 자주 외롭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그런 만큼 안전장치를 갖는 일이 얼마나 행운인지 알 수밖에.   


나는 이제 친구들에게 말한다. 네가 혹시라도 혼자 끝을 생각하는 순간까지 온다면 한 번만 나한테 전화해줄래?라고. 내가 안전장치가 돼줄 수 있게. 우리가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된다면 삶을 살아내는 일은 훨씬 더 평안하고 건강해질 테니까.


퀴어 단편 소설집 '인생은 언제나 무너지기 일보 직전' 속 윤이형 작가의 노트에는 이 말이 적혀 있습니다.


"우리는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다고 종종 말하지만 그럴 때조차 말없이 인정받고 싶어 하고, 환영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때때로 자신을 드러냅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하고 싶어 합니다. 어딘가에 기대고 싶어하고, 자신이 어디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느끼면 힘들어합니다. 그런 게 인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직 사랑하고 사랑받는 천국'. 최은영 작가의 이 문장을 더해 함께 읽고 싶습니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https://room-alon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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