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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09. 2020

14. 영화 <4등>

"다 너 잘 돼라고 하는 말이야"는 거짓말이야.

"1등을 해야 수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영화 <4등>의 주인공인 초등학생 준호의 말. 준호는 재능은 있지만 승부욕이 없어 '만년 4등'인 아이다.


이 아이를 둘러싼 어른들은 왜곡된 애정을 드러낸다. 뒤틀린 애정은 폭력이 된다. 코치는 준호가 '죽을힘을 다해 운동하지 않는다'라고 때리고, 엄마는 '메달을 따야 좋은 대학을 간다'며 아이를 쉴 새 없이 닦달한다.


이 폭력의 명분은 뚜렷하다.

다 너를 위해서야, 라는 것.


아이는 무엇이든 빨리 받아들인다. 폭력도 마찬가지. 폭력에 학습된 준호는 자신이 '맞을 짓'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코치의 모습을 그대로 모방해 동생을 때리는 것도 같은 이유.


그런 준호가 더 이상 폭력을 견딜 수 없을 때 선택한 방법은 수영을 포기하는 것이다. 왜 수영을 그만두고 싶냐는 엄마의 질문에 준호의 대답은 하나.


"맞지 않고 싶어서요."


그러나, 영화 내내 준호가 물속에서 좇는 빛은 그를 직감으로 이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일이 수영이라는 사실. 준호는 다시 수영을 시작한다.


이 영화에서 자신의 생각과 행동의 이유를 성찰하는 유일한 어른은 아이, 준호다.


코치는 어린 시절 감독에게 매 맞다 수영을 그만둔 자신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때려서라도 잡아주는 스승이 진짜다'라고 말했듯. 엄마는 아이에게만 집착하는 본인의 모습과 결과에 대해 돌아보지 못한다. 준호가 수영을 그만두자 동생 기호의 사교육에 매달리는 모습이 보여주듯이.


그저 그들은 준호를 통한 대리 성취에 집착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욕망과 수단의 오류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은 채. 그러니 그들은 당황한 것이다. "제가 왜 맞아야 돼요?" 그리고 "엄마는 제가 맞아도 1등 했으면 좋겠어요?"란 질문 앞에서.


준호에게서 이 나이만 든 어른들이 떨어져 나가고, 이 아이는 자신의 빛을 따라 물속에서 자유로이 유영한다. 그리고서 그가 취한 1등. 수영을 지속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의 1등.  


코치는 마지막 만남에서 준호에게 말한다. "혼자 해봐라. 그럼 1등 한다"라고. 그리고 준호는 정말 1등 했다. '너 잘 돼라고 하는' 폭력이 사실은 어린 어른들의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


맞아서 거머쥔 자리는 '거의 1등' 같은 2등이자 '마지막에 집중 못한 실책의 결과'였지만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붙잡아낸 등수는 완전한 1등이었다.


세상에 맞을 짓은 없다. 이기적인 인간이 '널 위해서'라는 말자체가 거짓이다.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꾸밈 들일뿐. 명분을 앞세워 폭력을 휘두르던 이들의 포획에서 벗어난 준호의 성장기, 영화 <4등>이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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