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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희 Jan 13. 2020

18. 복잡한 관계에 관해

나는 인내하기로 한다.

선배든, 친구든 내가 호감을 가졌던 이가 날 오해할 때, 서운한 마음이 든다. 억울하거나 화가 나기보다 슬프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따뜻한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 있다. 그 또는 그녀가 좋은 사람(이란 내게 배려심과 진솔함을 갖춘 이)인 것 같을 때, 나는 혼자 마음을 준다. 스스로에게 말한다. 서둘러 기대했다가 실망하지 말고 천천히 그 사람을 지켜보자고. 그러나, 난 안다.


이미 나는 상대와 함께 웃고, 깊이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습관처럼 하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그때부터 내 감정은 날뛴다. 내 일기장에 겨우 매어놓은 이야기들은 꺼내어보면 예민한 감각의 향연이다. 나는 그 어리고 여린 마음을 감추려 부러 차분하게 상대를 대한다. 솔직하지 못하다. 방어적인 나 자신을 알아차리지만 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애정을 먼저 보이고, 그것이 돌아오지 않을지언정 쏟아붓는 용기가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었)다. 관계의 속도가 어긋나면 어느 무엇 하나 손에 잡지 못하게 된다. 느슨할지언정 지속되는 관계나 한때의 예쁜 마음이라거나. 그건 지혜롭지 못한 일이었다. 인내하지 못한 내 마음을 상대에게 던져버리는 무례가 될 수도 있었다.


이 복잡한 관계에 관해 나는 그저 인내하기로 한다. 용기를 가장한 무례보다는 진심이 언젠가 전해지기를 희망하면서. 그것이 먼 미래의 일이 되더라도. 현재는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내 마음이 부담스럽지 않게 그러나 나의 선의가 느껴지게. 그렇게 내 서운한 마음을 다하기로 한다.  


# 놀러와요, 글-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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